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국책 연구기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국책 연구기관

입력
2001.06.01 00:00
0 0

한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이 1년 동안의 연구 끝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책자로 나왔지만 배포는 되지 않았다.내용이 정부의 ‘아픈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조세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당시)이 작성한 ‘공적 자금의 재정수지에 대한 장기적 영향’이 그 것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공적 자금의 최대 규모는 33조4,000억원이며, 결국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 보고서 파문의 핵심은 정부의 발표 금지 사실 여부다. 일부에서는 재경부와 청와대가 관련되었다는 ‘외부 압력설’을 주장한다.

박 연구위원이 최근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조세연구원과 정부는 외부 압력설에 펄쩍 뛴다.

조세연구원 유일호 원장은 “전문가들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사용한 ‘장기 성장 전망’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자신이 배포를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조세연구원 원장의 해명이니 만치 믿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일관성 없는 재경부 관료들의 말은 어딘지 미덥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 전 연구위원의 연구 방법이나 자료 활용 등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개인의 능력에 관한 것으로, 배포 금지는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며 그는 학자로서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도덕성이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된다. “정부 분석 및 정책과 너무 틀려 배포를 막았다”고 하면 될 것을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의 발표를 막거나 발표 시기를 미루도록 강요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민감한 경제전망치에 대해서는 수정을 요구받기도 했다며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정부는 자율성 보장과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각 부처 산하에서 총리실 산하로 국책 연구기관들을 재편했지만, 오랜 ‘관행’에서 탈피 못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이 혈세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정부나 연구기관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호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