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사형에 처해 주십시오.” “남에게 베푸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무기징역을 선고한다.”3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산골소녀’ 영자양 아버지의 살해범에 대한 1심선고공판에서는 의외의 광경이 연출됐다. 피고인은 선처를, 재판장은 엄벌을 얘기하는 다른 재판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날 양재동(53ㆍ무직ㆍ서울 관악구 봉천동) 피고인은 눈물을 흘리며 “사회에 남아있으면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른다” 며 “사형에 처해 달라”고 재판부에 거듭 호소했다.
재판부(형사합의부)는 그러나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줘 극형이 마땅하지만 남에게 베푸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기회를 피고인에게 주기 위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며 보편적인간성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밝혔다.
전북 김제의 농촌에서 태어난 양씨는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 어릴 때부터 절도행각을벌여온 그는 죄질이 점점 흉폭해지면서 강도살인 2건 등 ‘별 8개’를 단 흉악범이 됐고 인생의 절반 이상(29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는 이번사건으로 체포된 이후에도 경찰에서 “사회보다 교도소가 더 편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나 강릉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교도소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영자를 인자하게 품어주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죽어 마땅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다”고 참회하는 말을 하곤 했다.
한교도관은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초범 때 사회가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었더라면 나머지 7건의 피해자는 없었을 것”이라며 양씨를 동정했다.
양씨가 강원 삼척시 산골마을 영자의 집에 찾아가 혼자 있던 아버지(51)를 살해한2월19일. 그날을 영원히 잊기 위해 양씨는 사형을 요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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