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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기여입학제 언제까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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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기여입학제 언제까지 시기상조?

입력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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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가 기여입학제를 추진하면서 폭 넓은 논의가 일고 있다. 찬반론이팽팽한 가운데 찬반을 떠나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나는 기여입학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기여입학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행 대입제도는 기회균등의 마지막보루이고, 대학에 대한 입시생들의 열망은 신앙에 가깝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기회균등의 성역'을 돈으로 무너트린다면 심각한 부작용이우려된다는 것이다. 부자들의 축재과정에 대한 인식이 좋지않은 우리 풍토에서 자녀의 입학까지 돈으로 사게 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난다는 주장도나온다.

그런 주장들은 물론 옳다. 대학입시에 대한 중압감으로 해마다 여러 명의청소년들이 자살까지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돈의 효용성'에 대해서 좀더 마음을 열자고 제안하고 싶다. 부자의 아이 1명을 입학시키고그가 기부한 돈으로 수십명 또는 수백명의 어려운 집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면, 또 대학들이 세계의 대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그 돈을 효율적으로투자한다면, 기여입학제를 받아들일 이유는 충분하다.

연세대는 '국가 및 사회발전 또는 당해 대학 발전에 현저하게 기여한 자의직계자손'을 정원 외 특별전형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고, 물질적 기여 이외에 학교설립자와 역대 이사장 총장동창회장 등의 기여를 인정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 이외의 기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여입학제가 받아들여지고,어느 정도 자리잡을 때 까지는 비물질적 기여자들이 '특별전형' 혜택을 사양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녀의 입학을 부모의 돈으로 사도 되느냐는 반발은 대학에서까지 '상거래'를할 수 있느냐는 반발이다.

한편 부모의 비물질적 기여로 자녀의 입학이 허가된다면 '특혜'시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특혜'는 '상거래'보다사람들을 더 화나게 한다.

더구나 대학 이사장 총장 동창회장 등을 지낸 사람들은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농어촌 지역 학생들이 특별전형혜택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자들에 대한 존경도 약하지만, 유명인사나 지도층에 대한 존경도 약하다. 자칫 비물질적기여 부문에서 여론이 악화하여 기여입학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위험이 높다.

기여입학제가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도 많다. 입학이 허용되는 기부금액수에 따라 사립대학들의 서열이 매겨지고, 사립대학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급격하게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돈이 투자되는만큼 대학의 경쟁력과 학문의 수준이 높아지겠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기여입학제는 장단점이 거의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어차피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돈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가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본다. 야후코리아가 네티즌 4,9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투표 결과를 보면 기여입학제에 대한 찬반이 46.2%대 53.8%로 맞서 있다.연세대 총학생회가 재학생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는 찬성이 앞섰다고 한다.

의. 공 계열 학생들의 찬성율이 높은 편인데, 의. 공 계열은 상대적으로시설 투자 등이 시급하고, 등록금이 비싸서 장학금 필요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내가 중고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보결생 제도가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 보결생에대한 반발이나 갈등이 심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보결생제도로 학교재정에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기여입학제 도입으로학생 전체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을 학교 구성원들이 확실하게 인식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신뢰를 얻는다면, 기여입학제는 예상보다 빨리 자리잡을 수있을 것이다.

부모 잘 만나 돈으로 입학하는 소수의 학생을 막을 때가 아니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가 이처럼 시급한 시기가 일찍이 없었는데, 언제까지'시기상조론'을 되풀이할 것인가.

발행인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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