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까지만 해도 역사가들은 자본주의를 혐오했다. 계급간의 불평등, 농업의 후퇴, 빈민의 출현 등 심각한 부작용에서 결코탈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의 무능력이 드러난 지금, 자본주의는 더 이상 ‘악의 근원’이 아니라는 데 지식인들도 동의한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는 중국판 자본주의 개론서다. 21세기에 중국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산실로 거듭날 것이라는 과학적 예언서다.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이 하나의 상부구조를,공산당이 하나의 하부구조를 창조한 중국 특유의 혁명은 결국 중국적 자본주의를 향한 노정이었다는 논리다.
중국에서는 자본주의 자체가 없었으므로,서구적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기존의 연구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은 먼저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을 배태시킨 삼두주자를 분석하는 데 전반부를 할애한다.
동시에 아담 스미스,칼 마르크스 등 고전적 경제이론은 물론, 베버와 좀바르트 등 20세기 학자들의 논점까지 비교 분석했다. 이들의 논의는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을경험하지 못 했던 탓에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과연 미국은 절로 자본주의 사회가 됐는지를 논점으로 떠올리며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 과정을 해부한다.
미국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이라는격동을,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라는 체제 변혁을, 독일은 군대와 관료 기구의 전횡이라는 폭압을 통해 자본주의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어 책은 자본주의가 배태한 혁명의 세 모델을 제시, 그들이 각각 제시한 대안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나를 고찰한다.
프랑스 혁명,러시아 혁명, 중국 혁명 등 자본주의 때문에 촉발된 세 혁명은 전시가 아니라면 사유재산권은 확보돼야 한다는 교훈을 다음 세기의 과제로 남겼다.
바로 중국이다. 이념은 극단적으로 달랐지만 장제스와 마오쩌둥(毛澤東)으로 대표되는 대중 운동은 새로운 중국, 새로운 체제의태동을 위한 거대한 실험이다. 중국은 자본주의를 미래를 위한 효율적 테크닉으로 수용하리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대만에서는 ‘황런위(黃仁宇) 신드롬’이란 말까지 만들어 내며 지식인들을 사로잡았다. 또 자본주의적 발전과 관련, 급변하고 있는 남북한상황의 향후를 예견할 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는 영어판 발매 직전인 지난해 급서,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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