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시경, 202호 장미는 다세대 원룸에 입주한 지 2년이 넘도록 인사 한 번 겨우 나눌까말까 한 사이다. 여기에 은수가301호 주인으로 뒤늦게 가세한다.극단 전망은 ‘원룸 빌 콤플렉스’로 회색 공간을 헤집고 들어간다. 서로 간에 아무런 공통점도 찾을 수 없는 세 도시 여성이 이뤄내는건조한 삶의 풍경을 그린 무대이다.
현대인에게 광장은 더 이상 없는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꿈, 원룸 빌라에서 이뤄지는 인간 관계란 어떤 것일까.
뒤늦게 이사 온 은수는 두 선참자에게 다정히 굴며 접근하지만, 시경의 눈에는 과잉 친절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비오는 어느 날장미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 해, 시경의 문을 두드리지만 시경은 장미를 쫓아 낸다. 시경에게 쫓겨난 장미는 은수를 찾아가, 술을 마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배려도, 공감도없는 대화는 겉돌 뿐이다. 셋은 결국 자신만의 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도시의 삭막함을 직선 분할의 무대 세트가 더욱 부추긴다. 세 개의 방은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배치돼, 현대인이란 서로에게 조금씩어긋나게 던져져 있다는 느낌을 자아 낸다. 깔끔한 TV 광고를 연상케 하는 무대에서 단속적 에피소드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극 어디서도,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은 없다. 공동 세탁소, 쓰레기 분리 수거대, 복도 등에서 우연히 스치듯 만날 뿐이다.관계 맺지만 소통하지 못 하는 현대인의 실상이다.
연출자 김태빈씨는 “압축과 생략 등 연극고유의 기호를 동원, 현대인의 고독을 표현하는 데에는 연극이 영화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CF, 홍보물, 독립영화 등에서 감각적 영상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성경 한혜수 오애란 등 세 여배우의 연기 대결이 중심축이다.이숙인 작. 극단 전망은 ‘첼로’, ‘색시공’ 등 현대인의 의사 소통을 주제로 일련의 탐구를 해 오고 있다. 제목의 빌(ville)이란 도시,콤플렉스(complex)란 복합 건물을 뜻한다. 6월 1~22일 알과핵 소극장.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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