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은 네티즌의 승리다. 한 시청자는 SBS게시판에 이렇게 자축(?)의 글을 남겼다. 31일 종영하는 SBS ‘아름다운날들’ 은 사실 시청자의 요구대로 줄거리를 만들어 나가는 ‘쌍방향드라마’는 아니었다.그렇지만 드라마 곳곳에서 빗발치는 여론의 영향을 적잖이 받아왔고 결과적으로 네티즌들의바람대로 끝맺게 됐다.
‘연수(최지우)가 백혈병에걸린다’ 고 알려지면서 게시판에는 ‘또 백혈병이냐’ 는 습관적인 결말에 대한 비난과 ‘연수를 살려달라’는 의견이 쏟아졌다.제작진은 고심 끝에, 그녀가 골수이식을 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골수이식을 해주는 이는 낯 모르는 사람. 작가 윤성희씨는“골수가 맞을 확률은 2만분의 1도 안 된다. 그래서 민철이나 선재, 세나 중 한 사람이 이식을해준다면 너무 작위적”이라고 말한다.
네티즌의 들끓는 의견은 민철(이병헌)과 연수가 맺어지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냉철하고 철두철미한 민철이 연수와의 사랑에 눈뜨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껏 완숙한 이병헌의 연기력과 어우려져 강력한마니아 집단까지 형성했다.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된 그가 연수를 떠나자 30, 40대 시청자들까지 가세하여 둘의 결합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SBS게시판에 올라오는 ‘아름다운 날들’에대한 시청자의견은 모두 25만건. 한회 평균 1만건으로 보통 드라마의 5~6배에 달한다.
윤성희씨는 “많은부분이 애초 생각과 달라졌다”며 “정말 놀랐다. 어느 정도 감수는 했지만 민철과 연수의사이가 삐걱거리는 날이면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온갖 욕은 다 들어야 했다”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결말이고, 그게 기획의도에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수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장수 PD역시 “예술적인 단막극이아닌 이상 시청자의 소망을 애써 외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민철과연수의 결합, 연수의 발병과 치료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이들의 화해 등 상당 부분이 이미 예정된 방향이긴 했지만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의견과 부합했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날들’은 결국 민철과연수에게 강력한 일체감을 느끼며 뜨거운 지지를 보낸 시청자들에게 충실히 보답한 셈이다.
그 덕분인지 평균시청률24.1%(AC닐슨)를 기록하며 맞편성된 MBC의 ‘호텔리어’를 3.4%나 앞질렀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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