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열린 인도네시아 의회 총회에서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위한 국민협의회(MPR) 소집결정이 확실시되면서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와히드가 취임 19개월 만에 최대위기를 맞게 됐다.특히 탄핵 절차에 반대하는 와히드 지지 시위대 수 천명이 이날 오후 의사당 경내에 진입, 경찰과 대치하다 해산했으며 동부 자바에서는 시위대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군경3,000여명이 삼엄하게 의사당을 경비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몽둥이와 칼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 4,000여명이 트럭을 앞세우고 의사당 경내로 진입, 경찰과대치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의 건물 진입을 막은 후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지선을 넘어 특별 총회가 열리는 회의장으로 들어가면 발포하겠다고경고했다. 자카르타 시내 곳곳에서도 밤 늦게까지 9,000여 명이 의회해산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와히드의 고향인 동부 자바에서도 경찰 발포로 시위대 1명이 사망하고5명이 부상하는 등 유혈충돌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사흘째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파수루안에서는 교회와경찰서 건물들이 공격을 받고 학교가 기업들이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군 특수부대 병력 600명이 긴급 투입돼 치안 유지에 나섰다.
한편 10개 정당이 차례로 입장을 발표하면서 토론하는 식으로 계속된 이날 총회에서는 MPR 소집에 찬성하는 측과반대하는 측이 밤늦게까지 표결여부와 방식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500석 가운데 408석을 차지하는7개 정당이 MPR총회 소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회의에서는 총회를 연기하자는 국민각성당의 요청에 따라 표결을 실시했으나 찬성 426, 반대46으로 회의를 계속하기로 결정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자카르타 힐튼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개발도상국모임인 G-15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발령한 특별조치를 반민주적 인사를 체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정적들을 체포하는등 강경 조치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각성당 관계자도 이날 금융스캔들과 관련, 와히드가 검찰로부터 무혐의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을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국민각성당 간부가 대독한 공식서한을 통해 “의회가 제출한 부패스캔들 해명요구는구체적으로 무엇을 위반했는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폭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와히드측은MPR이 열리게 되면 탄핵이 확실시되는 만큼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메가와티의 남편 타우픽 키에마스에 대한 공세를 비롯,제 2정당으로 수하르토 대통령 시절 집권당인 골카르당의 부패협의에 연루된 당원들과 의원 사법처리 면제를 약속하는 등 각개 격파를 통해 MPR소집을 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위 쉬합 외무부장관은 이날 와히드가 탄핵 절차가 본격 개시되기 전에 대통력직을 보존하기 위해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에게 지금까지 제시한 것보다 더욱 많은 권력을 넘기는 내용의 권력분점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와히드 탄핵 절차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최고 헌법기구인 국민협의회(MPR)총회에서 최종적으로 판가름 난다. 지난해 MPR 총회는 8월 7일부터 18일까지 열렸으며,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독립선포 기념일인 8월 17일을전후해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MPR 총회는 먼저 와히드 대통령을 출석시켜, 지난 1년간 국정수행에대한 보고를 들은 뒤 부패 혐의에 대한 마지막 해명을 받는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토의 및 투표는 그 이후에 실시된다.
총 대의원 695명중3분의 2가 출석, 과반수가 탄핵안에 찬성하면 와히드는 대통령직을 박탈당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와히드의 남은 임기인 2004년 10월까지는 헌법상서열 2위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이 승계한다.
임기 5년의 MPR 대의원은 의회 500명(지역구 의원 462명ㆍ군부 대표 38명)과 지역대표 130명, 직능대표 6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ㆍ부통령 선출 및 해임, 국가정책방향 결정, 헌법개정 등 3대 권한을 갖고 있다.
과거 독재시절에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기구였으나, 이번에는 의회측 뿐 아니라 지역ㆍ직능 대표 대의원 가운데에도 반와히드 성향이 압도적이어서 탄핵 가결이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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