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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합리적 사회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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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합리적 사회 원한다면

입력
2001.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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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이민자들이 이민의 사유로 드는것 중의 하나가 ‘이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곳이 아니라서’라는 것이다.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합리적인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얘기일 터인데,합리적인 주장이 묵살되는 것은 대부분 이해관계의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모두들 관심이 많은 교육문제로서 예를들어보자. 서울대 또는 명문대를 나왔느냐가 평생을 좌우하고 거기에 들지 못하면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는 학벌사회를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학입시제도를들이댄다 하여도 사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 주장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타당성도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학벌사회를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벌사회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서울대폐교론을 주장하고 있거니와,굳이 서울대를 없애지 않더라도 서울집중현상과 학벌사회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유효한 방법으로서 모든 국립대학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각 국립대학별로특정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대학간 분산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어떠한 주장이든 선후를 따져보아야하는 것이기에 그 주장이 실용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국립대 동등지원이 어떤 의미가 있고 문제점이 있어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기왕의 이해관계자들을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왕에 학벌사회의 수혜를 받고 있던 서울대학 관련자들의 이해관계에 딱막혀서 아예 거론 자체가 봉쇄되어버리는 분위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사회에서의 강한 집단소속감이나 발달된 조직문화는 아직까지도 좋은 이름을얻지 못한 채 집단이기주의, 패거리문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4년제 대학진학율은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고 한다. 주위를 보아도 고학력실업문제가 심각하고 체면치레의 대학진학이 매우 많음을 보게 된다.

인력의수급문제는 사회의 가장 큰 밑그림 중의 하나인데 6공 이후의 대학양산은 인력수급정책에 큰 부담이 되고 있고 국가적인 자원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의 대학 중 상당부분은 실용화한 특성고교 및 관련전문대학으로, 예를 들면 요리고등학교 3년과 요리전문대학2년, 정보고등학교와 정보전문대학, 디자인고등학교와 디자인전문대학 등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진행시키기에앞서 ‘아마 안될 거야. 관련대학 교수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할 테니까.’ 이런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그 무지막지한 집단적 반대운동의 표적이되고 싶지 않으므로 아예 관심을 돌려버리게 되고 만다.

결국 기득권수호를 위해서 집단적으로똘똘 뭉치는 집단이기주의가 ‘장군’이라면, 그 집단이기주의에 지레 겁먹고 합리적인 문제해결을 포기해버리는 태도는 ‘멍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사들의 집단폐업시에 기득권층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편들었던 야당의 태도가 장군이라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속수무책으로 지나친 수가인상을 해준 여당의태도는 멍군인 셈이다.

정치권만을 탓하는 것도 공정하지 못하다. 조직의 개체이자 시민사회의 일원인 우리들 모두가 패거리문화의 공범이자 동시에 침묵하고부화뇌동하던 시민의 한사람이었으니까.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소수의 집요한 이익수호활동을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다수가 견제하지 못하는 사회에서상식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식이란 다수에게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정책이나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토론으로 상식적인 결정이내려지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나 자신의 요구와 실천이 일관되어 있는지, 나의 이해관계를 사회전체의 이해관계 속에서 조정할 용의가 있는지, 나의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 사회전체의 입장에서 한마디라도 거들며 나설 수 있는지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

박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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