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겐 레인지를 설치한 아일랜드식식탁은 쓰임새가 아주 많아요. 음식을 만들면서도 거실이나 식탁에 있는 남편이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그럴 때면 가족이 식탁까지 음식을날라주기도 해요.”조혜영(43ㆍ서울 중랑구 신내동)씨는지난 해 주방을 새롭게 단장했다. 잡다한 부엌살림을 수납할 공간도 충분해졌고 식기세척기, 쌀통, 정수기 등도 빌트 인(built-in)식으로 부엌가구에맞춰 짜넣었다. 주방이 한결 깔끔해졌다.
조씨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보조 가열대 기능이 있는 아일랜드식 식탁. 전문업체에 주방 인테리어를 맡겼지만조씨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공간이다. 조씨는 “식사를 준비할 때 혼자서만 부엌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외감이 들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바쁜 아침에는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식탁 아래 부분에는 다용도실에 두었던 김치냉장고를 빌 트인 방식으로 집어넣어서 동선도 줄였다.
주방이 탈바꿈하고 있다. 단지음식이나 만드는, 주부나 드나드는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다. 거실과 더불어 가족 공동의 ‘열린’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이3월 12일~4월 21일 실시한 ‘주부 설계 공모전’에 접수된 의견을 보면, 나이 든 세대는 거실에서 바라볼 때 주방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편이지만,젊은 계층일수록 밝고 쾌적하고 열려있는 주방을 선호했다.
주방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샘 노지영 개발실 부장은 “주방은 보기좋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구를 배치하고 디자인을 결정할 때 무엇보다 기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납공간이 충분하면서도 동선이 짧은주방이 주부들이 원하는 공간이다.
최근에는 아일랜드형 주방 개념을도입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기본 싱크대 이외에 주방 가운데에 섬(island)처럼 보조 싱크대를 두는 것. 부엌 일을 하면서 벽면만 쳐다보지않고, 시선을 거실이나 식탁 등 가족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대개 조씨의 경우처럼 부엌가구의끄트머리에 카운터 형태로 가열대와 보조 식탁의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응용하고 있다. 아일랜드식 식탁은 아래 부분에 수납공간을 만들 수 있어 공간활용도뛰어나다.
집안에서 주방이 차지하는 위상도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분양을 마친 경기 용인 구성의 삼성아파트 등 신축 아파트들은 주방에 붙어있는 확장형 베란다를 보조 주방으로 만드는 경향이다.메인 주방과 보조 주방의 동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설계해서, 주방의 전체 면적이 한결 넓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한강이나 호수를 끼고 있는곳에선 과감하게 부엌과 식당을 전망이 좋은 전면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주방가구가 시스템화하면서 냉장고,식기세척기, 가스오븐레인지 등 주방 가전제품을 빌트 인으로 설치해 통일감을 살리고 있다. 고급형 아파트에서는 드럼식 세탁기까지도 주방에 빌트 인으로넣어주기도 한다.
요리뿐만 아니라 세탁까지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주방에서 해결하도록 해 주부의 동선을 줄일 수 있지만, 물빨래의 필요성 때문에 국내에서는아직 보편화하지는 않았다. 빌트 인 주방은 사용하던 주방가전을 빈 공간에 끼어넣는 수준이 아니라, 주방가구와 색상 등 디자인을 맞추어 일체화하는것이다. 올 초에는 아예 빌트 인 주방가전제품 라인도 선보였다.
■주방 이렇게 꾸미세요
가족 공간으로 주방을 바꾸려면? LG데코빌한석우 선임 디자이너는 “공간이 좁을 때는 넓고 쾌적하게 보이도록, 공간이 여유있을 때는 안락한 분위기로 만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 20~30평형대
장식을 배제하고 단순미를 살려서 좁은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거실과 통일감을 주면 훨씬 넓어 보인다. 주방가구는 화이트를 기본으로 모던하게 꾸민다. 하이그로시 도장제품은표면에 흠집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취학 전 아동이 있는 가정에는 적합하지 않다. 수납공간을 확보하는데 신경 쓸 필요가 있다.
◇ 40~50평형대
고급스러움과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원목 계열의 가구가 효과적이다. 요즘은 체리나무보다는 참나무와 단풍나무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홈바를 설치하거나 패브릭 장식, 아일랜드형 주방 등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폭이 좁고 긴 테이블과 장식장, 간이 의자를 놓고 조명만 곁들여도 훌륭한 홈바가 만들어진다.
◇ 최근 경향
요즘은 타일 대신 벽체 패널이 인기를끌고 있다. 특히 개수대나 가열대 벽면은 물이 튀거나 화재위험성 때문에 대부분 타일을 사용하는데, 벽체 패널을 쓰면 번거로운 타일 공사가 없기때문에 하루 만에 주방을 고칠 수 있다. 전자레인지 수납장, 서랍을 이용한 식기건조기 등 수납기능을 강화한 액세서리도 좁은 부엌에서 편리하게 사용할수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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