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유치를 자발적으로 추진해 관심을 모았던 울산 북구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북구(구청장 조승수ㆍ39)가 28일 화장장 후보지 6곳 주민 2만9,3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찬반투표 결과 유치확정선인 과반수 찬성을 한 곳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화장장 유치사업은 무산됐다.
개표 결과 투표율은 평균 59.5%로 높았지만 전체 주민의 14.2%만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 집 앞에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의 높은 벽이 확인됐다.
조 구청장은 올해 초 “정치생명을 걸고 화장장을 유치해 장묘문화 개선운동을 실천해 보이겠다”고 선언,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화장유언 남기기운동, 현대식 화장시설에 대한 주민 견학사업 등을 전개하면서 11곳의 주민들로부터 자발적인 유치신청을 받아내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다.
그러나 조 구청장과 당적(민주노동당)을 달리하는 울산 지역 일부 시ㆍ구의원들이 입지약화를 우려해 주민들에게 땅값 하락 등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등 반대운동을 하고 나서 분위기가 일순간에 사그러들었다. 특히 화장장 후보지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 살기 때문에 경제적ㆍ행정적 혜택은 보지 못하는 주민들의 반대가 투표에서 집중 표출됐다.
일각에서는 울산시와 북구가 후보지 선정 과정과 투표방법, 홍보 등에 좀더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만 추진돼온 화장장 건립을 처음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공개적으로 추진한 것 자체가 님비현상 해결에 중요한 실마리를 던진 ‘성공’이라는 평가가 많다.
울산=목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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