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여름,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전원에서 벌어지던 죽산 국제 예술제가 7회째인 올해로 중단된다. 재정난 때문이다.사단법인 웃는돌의 대표로 이 행사를 이끌어온 무용가 홍신자씨는 “한계에 부닥쳤다”며 “1, 2년 쉬면서 더 나은 형태로 바꿔서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홍씨는 “그동안 경기도와 안성시의 예산 지원을 받았으나 매번 행사 직전까지 지원 여부와 금액이 결정되지 않아 모든 게 불확실한 상태에서 전쟁을 치르는 기분으로 진행해왔다.
서울에 집중된 예술활동을 지방에서도 멋지게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젠 지쳤다”고 털어놨다. 운영 미숙 탓도 있겠지만 늑장 지원이 중단의 원인이 된 셈이다.
죽산 국제 예술제는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실험적인 전위예술의 한마당이다. 흙 바닥을 다져 만든 야외무대, 여러 채의 흙집과 천막집이 산자락과 숲속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웃는돌 캠프에서 햇빛과 바람, 별빛 아래 공연ㆍ전시ㆍ워크숍으로 진행된다. 무용을 중심으로 연극ㆍ설치미술ㆍ음악ㆍ비디오 아트ㆍ행위예술 등 여러 장르가 어우러지는 이 행사는 매년 2,000~3,000명의 관객을 불러모으곤 했다.
“간신히 하게 됐다”는 올해 행사는 ‘21세기를 위한 기원’을 주제로 6월 1일부터 4일까지 웃는돌 캠프의 야외무대와 주변, 부근 용설리 저수지 일대에서 열린다.
일본의 게이 다케이 무용단, 대만의 타이페이 댄스 서클, 캐나다 무용가 라스 브레저, 미국의 유명 인형극단 브레드 & 푸펫, 덴마크 행위미술가 루이 빌스가르, 일본의 조명 디자이너 마사루 소가, 세계 민속타악기로 연주하는 명상음악가 나라 유지 등 외국에서 7개 팀이 온다.
사람 키의 다섯 배나 되는 거대한 인형을 사용하는 브레드 & 푸펫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죽산의 지역주민 20여명이 참가하는 연극을 공연한다.
국내에서는 무용가 손광준 최상철 최윤선 최데레사 김영희가 참여하며 21C청년작가회가 용설리 저수지 일대에 깃발을 전시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서너 차례 공연이 열리며 중간 중간 일반인을 위한 워크숍도 마련된다. (031)675-0661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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