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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머리2' 주연맡은 하리수 "영화에서도 예쁜 트랜스 젠더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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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머리2' 주연맡은 하리수 "영화에서도 예쁜 트랜스 젠더로 나와요"

입력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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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였다. 건강하고 빼어난 미모, 긴 머리에 가는 허리, 반달 모양의 눈. 미스코리아들 사이에 섞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몸매를 물었다. 34-23-35에 키는 168㎝.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도 미모는 빠지지 않아요. 글쎄 이렇게 말하면 ‘공주병’이라고 놀리겠죠.”

하리수(22ㆍ본명 이수)는 남자지만 여자고, 여자이면서 남자였다. 성전환수술(Gender Trans)로 여자가 됐지만, 법은 그를 남자로 묶어 놓았다.

그러나 그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였다. 남자의 성기를 가졌다는 것만 빼고. 어색하고 신기해 하자 웃으며 되묻는다. “내가 부자연스러운가요?”

약간 탁하긴 하지만 여자 목소리다. 어릴 때부터 그는 엉덩이가 예뻤고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를 좋아했고 소꿉장난에서도 엄마 역만 했다.

일부러 여자 것만 해야지라고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엄마는 ‘누나가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중ㆍ고교 시절에도 여자를 보고 이성의 감정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가슴 아픈 이별로 끝난 애인(남자)도 있었다. 그가 “여자로 살 수 밖에 없구나” 라고 결심한 것은 고교 2학년 때였다.

호르몬치료로 육체를 여성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영화 ‘사랑과 영혼’ 의 데미 무어처럼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다녔다. 아버지는 음악을 한다니 일부러 여자처럼 하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의 남학생들 사이에 ‘스타’였다. ‘여자보다 더 여성의 향기가 느껴지는 남자’였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 스타들의 사진이 100원에 팔렸다면 몰래 찍은 그의 사진 가격은 1,000원이었다. “소풍 때 함께 찍은 사진을 학교에 갖고 가면 누군가 몰래 집어가 버리곤 했어요. 이미 그때 90%는 여자였어요.”

다행히 남자인 여자, 하리수를 놀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이나 열등감 없이 지낼 수 있었고 밝고 긍정적이며 건강한 여자의 외모로 살 수 있었고, 지금의 여자 하리수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술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길 기다리던 그는 1998년 여름 헤어디자인을 배우러 일본에 유학 중 알게 된 언니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마지막 여성이 되는 수술을 했다.

수술을 앞두고 1년전부터는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굉장히 아팠다는 기억 밖에 없어요. 사실 변한 게 없어요. 이미 수술전부터 나는 여자였으니까.”

수술 후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불편한 게 해소됐다는, 편안한 느낌이에요. 참았던 소변을 보듯, 심한 갈증에 물을 마시는 것 같은.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자유로이 갈 수 있어 좋아요. 육체적으로 접촉했을 때 여자의 느낌도 강해졌어요. 임신만 빼고 여자로서 삶을 모두 누릴 수 있어요.”

가슴과 코도 고쳤다. 그러나 눈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긴 속눈썹에 파란 콘택트 렌즈를 붙인 눈이 정말 예쁘다.

그 예쁜 여자로 하리수는 1999년 여름 한국에 돌아와 고교시절부터 꿈꿔온 노래공부를 했다. 그리고 올해초 화장품광고 모델이 됐고, ‘노랑머리 2’(7월 중순 개봉)의 배우가 됐다.

낮에는 퀵 서비스 일을 하고 밤에는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는 J 역시 트랜스 젠더이다. 김유민 감독이 그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어둡고 우울하다는 것만 빼면 자신과 너무나 같아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호기심 때문이든 특이성 때문이든 그는 바쁘고 인기있는 스타가 됐다. 메이컵 쇼도 나가고, TV 출연도 하고, 일본에서 아시아 4개국 공동프로젝트 음반도 낸다.

수술을 하고 나서야 아들이 그렇게 변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아버지는 어머니와 싸웠다. 그리고는 딸이 된, 어쩌면 천리(天理)를 거역한, 그러나 뒤집어 보면 천리를 따른 그에게 “잘 살아라”고 했다. 꿈을 묻자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 기르며 살고 싶다”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하리수.

“여성스런 남자, 남성스런 여자, 동성애자, 모두 타고난 자연스러움이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들 역시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죠. 나는 그 ‘자유’를 찾은 것입니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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