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한 규제 완화의 상당 부분이 수용될 것이라고 한다. 어제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공정거래 태스크포스팀은 30대 그룹의 구조조정용 출자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로 인정하는 기간을 2년 연장하기로 내부 합의했다.아울러 신규 핵심사업 투자,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도 총액제한의 예외로 인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재벌그룹에 대한 부채비율 규제도 종합상사 건설 해운 등 몇몇 업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출자총액 및 부채비율 제한은 환란 이후 재벌 개혁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핵심 제도다. 여기에 주요 수정이 가해진다는 것은 당(當)-부당을 따지기에 앞서 재벌정책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재벌 개혁을 최대 업적으로 자부해온 현 정부가 스스로 자기부정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신규 핵심사업을 제외키로 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납득하기 어렵다. 신규 핵심사업이라는 것이 애초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애매모호할 뿐 아니라, 핵심업종의 전환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규사업을 제한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업종 전환이라는 명분 하에 문어발식 사업다각화를 용인하는 것과 하등 다름이 없다.
더욱이 규제완화 요구의 포문을 연 한 경제단체장이 이 제도와 직접 연관 있는 특정그룹의 오너일가라는 사실은 불순한 오해마저 살 소지가 다분하다.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 없는 명분으로 재벌의 국내 경제력 집중과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규제완화는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