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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위기감의 正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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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위기감의 正體

입력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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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여름 행세를 한다. 5월이 아직 다 가지 않았는데 날씨는 복날 같다. 멀지 않은 역사의 기억에서도 우리의 5ㆍ6월은 자주 뜨겁고 목이 탔다.‘기억 투쟁’을 제안한 글을 한 월간지에서 읽는다. 제안자인 교수는 입시 면접에서 ‘광주항쟁’이며 ‘6월항쟁’에 대해 물어본 경험을 예로 든다.

설명을 제대로 못하거나 전혀 엉뚱한 대답도 많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들이 태어나기 전, 또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민주화 투쟁의 현장들을 민주주의 교육의 현장으로 기념하도록 하는 ‘기억의 공간화, 문화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령,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되새기는 1987년의 6월은 대표적인 기억이고, 그 공간이다. 서울에서는 그밖에도 구로공단과 가리봉5거리, 청계천 평화상가 등이 우선적인 ‘기억 투쟁’의 현장으로 예시된다

그런 공간들과는 내용이 전혀 다르지만, 또한 비교할 일도 전혀 아니지만, 지난 25일 하루 동안 우리 정치공간에선 3개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풍경’이 동시 연출됐다.

청와대에선, 그날 저녁 DJP 부부동반 만찬회동이 있었다. “국민여론을 겸허히 수렴하고...”라는 수사가 특히 믿어지지 않는, 7개항 합의사항이 발표됐다. 이 풍경이 평범하지 않은 이유는 40년 전 5월에 쿠데타로 입신한 이래 21세기 첫 대선에서의 ‘대망론’까지 들먹이는 처지로 멀쩡히 이어져 온 한국정치, 또는 현 정부의 시대역행적 현상 하나를 목격하기 때문이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그날 낮 새만금 사업의 ‘강행’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회의를 주재했다. 2년전의 공사중단과 찬반 논란을 거쳤다지만 논의 자체는 ‘요식행위’ 였을 뿐이다. 새만금은 애초부터 환경도 경제도 아닌 ‘정치논리’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전 날의 초선의원 6인 성명에 이어 재선의원 등 3인의 ‘당정 쇄신요구’가 잇달았다.

최근의 법무장관 인사파동을 “당정 수뇌부의 역량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한 이들은 성명에서 ‘청와대 비서실’과 ‘비공식 라인의 과도한 역향력 행사’를 직격함으로서 그들의 각오와 태세가 얼마나 비상한 것인지를 내보였다.

이 날의 풍경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은 바로 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여와 야를 불문하고 우리 정당 풍토에서 ‘초재선’ 또는 ‘소장 개혁’ 그룹의 위상과 처지가 어디 쯤인가.

그들 거의 전원은 ‘동교동계 공천’ 또는 ‘창 및 그의 주류측 공천’으로 의원이 되었을 것이고, 그만큼 그 틀을 벗어날 꿈도 꾸기 어려운 처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들이 지금 ‘일’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다. ‘당의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거나 ‘절차’가 온당치 않다는 등의 논리로 반발하는 ‘당정수뇌진’, 또는 공격을 당하고있는 측으로서는 유감이 이만저만 아니겠지만 밖에 있는 관찰자의 눈으로서는 모처럼 목격하는 ‘희망의 씨앗’이다.

의원들은 성명에서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대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집권당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위기의식이고, 그것이 이 ‘일’에 나서게 된 까닭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위기감이 ‘정권재창출’ 뿐이라면 너무 안이하다. 위기감의 정체는 ‘정권’이 아니라 ‘국가’ 여야 하기 때문이다.

“6ㆍ15로 민족의 작은 자율공간이 겨우 마련됐는데, 미국의 부시 정권과 일본의 우익정권과 내년에 들어설지도 모르는 한국에서의 보수우익정권이 결탁한다면, 그리고 러시아 중국 북한이 블록화하여 대치하게 된다면, 그리하여 휴전선을 중심으로 다시 군비경쟁과 전쟁위험이 고조된다면, 그곳에 남북의 국력 쏟아붓기가 재연된다면….”

‘포럼, 화해와 전진’ 이라는 초당적 대화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야당 부총재가 털어놓은 위기의식의 정체이다.

칼럼니스트 assisi6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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