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요즘 아이들이 과잉보호 속에서 편히 자라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교통사고, 씨랜드 참사 같은 화재사고,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익사사고처럼 어린이 사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고가 되풀이돼도 제대로 된 예방 교육이 없다는 사실. 게다가 최근에는 어린이의 부주의로 미술관의 이산화탄소 누출기가 작동돼 관람객 40여명이 질식하고 유아 한 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 안전 파수꾼으로 불리는 교육자가 있다. 대구 인지초등학교 조희태(曺喜泰ㆍ51) 교감. 안전동화읽기, 안전사고위원회, 안전사고인지어린이기자단, 안전생활다짐, 안전일기 쓰기 등 이 학교의 특이한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대부분 개발한 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올 3월 시작한 안전동화읽기. 조씨의 홈페이지에는 직접 쓴 동화 60여편이 올라있는데 절반 정도가 안전사고의 위험을 강조하는 내용. 동화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경각심이 생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3학년 이상 학생은 매주 1편 이상을 읽고 독후감을 내야 하는데 동화의 말미에는 왜 사고가 났는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등 질문 서 너 개가 붙어있다. 조씨는 “생전 처음 해보는 동화 쓰기 때문에 밤을 지샐 때도 있다”고 말한다.
3월 출범한 안전사고위원회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학년별 실정에 맞는 안전교육프로그램을 정하는 기구.
4월에는 안전사고인지어린이기자단이 발족해 교내외 사고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거나 TV서 방송된 사고 장면을 녹화, 학교에서 상영하고 있다. 안전일기는 매스컴에 보도된 여러 사고를 일지식으로 기록하고 예방책을 찾아 적어보도록 하는 것.
이밖에 아이들이 안전수칙 준수를 약속하는 안전생활다짐을 외우도록 하고 있고 지금은 안전생활 노래도 작곡중이다.
조씨는 70년대 중반 경북 경산의 진량초등학교에 근무할 당시 7월마다 열린 어느 교사의 추모식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교사는 오래 전 학교 근처의 못에서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고는 익사했다. 조씨는 “아이들이 사고의 위험없이, 실컷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을 실천에 옮긴 것은 81년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창원대 교육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99년 인지초등학교로 복귀하면서부터.
특히 올해는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안전교육시범학교로 지정돼 본격활동을 시작했으며 그 덕분에 금년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또 다른 지역 초등학교에서도 방법을 배우겠다고 물어온다.
조씨는 “아이들은 쉽게 잊어먹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교육은 방법을 달리하면서 꾸준히 일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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