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 20만평 규모의 민속역사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아직은 서울시 국방부 등과 협의 단계지만, 2003년 완공될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우리나라 문화 중심지로서 새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이종철(57) 국립민속박물관장이 새 민속역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용산동 1가나 4가에 대단위 쇼핑 단지를 함께 갖춘 새 민속박물관을 세움으로써 이 지역을 ‘문화 허브’로 가꾸겠다는 것이다.
25일 개관 8년 3개월여만에 관람객이 2,000만 명을 넘었을 만큼 내외국인의 관심과 호응도가 충분하다는 자신감에서다.
“민속박물관이야말로 한 나라의 문화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청자나 백자 한 점 없는 박물관이지만, 대신 옛날 농부들이 쓰던 지게나 쟁기 속에는 잃어버린 우리들의 신화가 있습니다.
이 신화를 찾아내 봇짐장수처럼 반가운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의 열의에 비해 민속박물관의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 박물관 운영의 핵심이라 할 유물 구입비는 웬만한 골동품 한 개 값인 3억 3,500여 만원에 불과하고, 명색이 ‘국립’인데도 직원 66명 중 전기기술자나 전산직원이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 평균 1만여 명이 박물관을 찾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유물이 있어야 전시나 문화교류도 가능한 것 아닙니까. 기획전의 경우 40%가 대여 유물이고, 1950~60년대 생활 유물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민속박물관은 옷 전시만 한다’는 비난이 들리는 것이죠. 향후 5년 동안 최소 1,500억원의 유물 구입비가 확보돼야만 제대로 된 전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화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그가 예산 증액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1986~94년, 그리고 98년 4월부터 지금까지 민속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그가 늘 강조하는 ‘유물 기증운동’이다.
이 관장 자신도 집안 대대로 내려온 족보를 박물관에 기증했다. “지금부터라도 유물 기증운동에 동참해주십시오. 그러면 그 순간 민속박물관은 당신의 것이 됩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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