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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극이 재밌는 이유는..사극붐 일으키는 4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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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극이 재밌는 이유는..사극붐 일으키는 4人

입력
2001.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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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부는 사극 바람은 몇 명의 연기자에 의해 풍향이 바뀐다. 여러 탤런트들도 20일 방송을 끝으로 KBS ‘태조왕건’ 에서 퇴장한 궁예 역의 김영철이 누린 인기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특히 요즘의 사극은 연기력을 갖춘 중견 연기자와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내보내고 있는 사극 네 편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연기자를 만나본다.

■SBS '여인천하-정난정' 강수연

“가슴에 활화산 같은 열정과 끼를 안고 사는 여자” 라고 여인천하 김재형PD가 평한 강수연(35). 막상 ‘여인천하’ 뚜껑이 열리자 시청자의 시선은 궁중암투를 벌이는 윤비 전인화와 경빈 박씨 도지원으로 쏠렸다.

하지만 최근 그가 윤비와 운명적으로 만나 두 여인이 정적을 하나 둘 제거하고 권력의 핵심부로 진입하면서, 강수연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사극의 생명은 눈빛 연기’라는 말이 있다. 강수연의 눈빛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관비라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눈빛에서는 섬뜩하고, 자신의 야망을 숨기고 권모술수를 부리는 부분에선 간교함으로 넘친다.

16년 만의 드라마 출연으로 초반에 연기가 어색했지만, 베테랑 연기자답게 빠르게 드라마에 적응하며 극 분위기를 장악한다.

자연스러운 정난정을 연기하는 것은 오랜 연기 생활과 천부적인 끼 때문이라고 방송가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MBC ‘홍국영-화완옹주’ 의 유혜리

시청률이 저조한 ‘홍국영’ 에서도 눈길 끌만한 연기자는 있다. 주연도 아니다. 화완옹주 역을 맡고 있는 유혜리(37)다.

영조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딸이면서 정후겸의 양모로 배후 권력의 실세다. 유혜리가 표독스러운 캐릭터를 원만하게 소화하면서 시청자의 탄성을 자아낸다.

첫 사극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사극의 특성을 잘 간파한 것처럼 현대극보다 큰 액션과 대사 연기가 필요한 사극에 잘 적응하고 있다.

“쪽머리를 하는 등 사극은 분장부터가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사극은 저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연기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화완옹주가 질투와 시기의 화신 같은 면만 강조되는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는 여장부의 면모를 갖춘 거지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이 인물에 몰입하게 됩니다. 표정과 대사를 조절해 튀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고 말했다.

■KBS'명성황후-대원군' / 유동근

‘명성황후’의 대원군은 흔히 알려진 대로 ‘고집센 수구주의자’가 아닌 복합적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다. 그는 파락호 시절의 서러움을 겪어서인지 섣불리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는 김씨 문중도 힘으로 ‘찍어누르는’ 대신 치밀한 전략으로 적절히 이용하며 제압한다.

아들 고종에게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군주가 되셔야 합니다” 라고 이를 때는 조용하고 은근하면서도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무서운 위엄이 서려 있다.

KBS 윤흥식 주간은 “대원군은 정치가로서의 강약과 완급이 변화무쌍한 인물” 이라며 “유동근(50)씨는 그 진폭을 리드미컬하게 소화하고 있다” 고 평가한다.

차가움과 따뜻함, 강함과 유연함이 얽혀있는 복잡한 캐릭터를 적절히 높낮이를 조절하며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산군’ ‘조광조’ ‘용의 눈물’ 등 풍부한 사극 경력으로 자신만의 ‘대원군’을 새롭게 재해석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윤주간은 “실제 나이가 대원군과 엇비슷해서인지 누적된 경륜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고 했다.

■KBS '태조왕건-아자개'/김성겸

후처의 이간질에 홀딱 넘어가 어느새 아들 견훤과 원수지간이 되어 버린 아자개. 그는 견훤과 딸 대주도금의 간곡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어깃장’ 을 놓는다.

그는 왕건과 견훤의 대립관계를 뻔히 알면서도 그 틈새를 교묘히 파고드는 왕건 측의 술책에 빠져 삼국통일의 요충지인 상주를 고려에 바치게 된다.

끝이 약간 올라간 독특한 말투, 고집불통에 다소 막무가내인 그의 모습은 ‘태조 왕건’의 긴장감을 유쾌하게 풀어준다.

우직하면서도 어린애 같은 심술을 부리는 캐릭터가 SBS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의 노구(신구)를 떠올리게도 한다.

김종선 PD는 “정통사극이라도 드라마인 이상 시청자로서는 50분 내내 긴장하기는 힘들다. ‘양념’ 역할을 하는 아자개의 캐릭터는 본래부터 약간 희화화했다.

하지만 김성겸(61)씨의 연기는 코믹하되 경망스럽지 않다”고 칭찬한다. 그는 ‘희화화’라는 주문에 충실하면서도 오랜 연기경륜에서 나오는 균형감각으로 정극의 품위를 지켜간다.

양은경 기자

key@hk.co.kr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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