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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0호 맞는 계간 '세계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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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0호 맞는 계간 '세계의 문학'

입력
2001.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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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가을 계간 ‘세계의 문학’ 이 창간됐다. 창간호에는 골드만의 ‘소설 사회학을 위한 서론’과 곰브리치의 ‘예술 형식의 기원’이 실렸다.두 예술사가는 이후 한국의 지성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넓은 반향을 만들어냈다. ‘세계의 문학’의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창간 대담 ‘민족, 세계, 지성’의 참가자는 30대 후반의 소장 비평가였던 유종호 김우창 백낙청씨였다.

한국사회와 문학에 대한 세 사람의 날카로운 비판과 성찰은 당시 짚었던 사회ㆍ문학적 불구가 제대로 극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의 문학’ 100호가 6월1일 발간된다. 지금까지 발행인의 자리를 지켜온 박맹호(67) 민음사 사장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 속에서 온전하게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계간 ‘창작과 비평’의 주도로 순수-참여 논쟁을 벌이던 무렵 텍스트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중도노선’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 창간 동기다.

“우리끼리 하는 민족문학이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당시로선 막연한 생각도 작용했다.

박 사장은 “그러나 당국의 통제가 극에 달했던 때에 세계의 문학이란 ‘한담(閑談)’이라는 비난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세계의 문학’을 거쳐간 비평가들은 문단에서 묵직한 무게를 자랑한다. 중진평론가 유종호 김우창씨가 창간 때부터 10년 넘게 책임편집을 맡았고, 이남호 우찬제 이광호씨 등이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세계의 문학’이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과 ‘김수영문학상’은 우리 문학의 귀한 성과다. 한수산의 ‘부초’,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같은 걸출한 작품들이 ‘오늘의 작가상’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성복 황지우 최승호 등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도 ‘김수영문학상’이 발굴해낸 업적이다. ‘세계의 문학’이라는 이름답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처음 소개했고, 서구에서 풍미하던 포스트모더니즘과 제3세계 문학을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80년대 들어 ‘문학과 지성’과 ‘창작과 비평’이 폐간당했지만, ‘세계의 문학’은 생존한 것이 원죄처럼 됐다.

폐간은 면했지만 위력은 시들었고, 살아남았다는 이유 때문에 인기도 급락했다. 박 사장은 그 점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세계의 문학 100호에는 ‘세계의 젊은 작가들’ 특집이 실린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씨와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대담, 크로아티아 작가인 밀렌코 예르고비치의 소설 ‘사라예보의 말보로’, 칠레 작가 알베르토 푸겟의 소설 ‘바퀴 위의 사랑’ 등이 지금 세계문학의 위상을 알린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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