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왕'의 정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왕'의 정체

입력
2001.05.29 00:00
0 0

세계화 시대의 첨단 인류는 유목민을 닮았다. 물과 초지가 아니라 일자리와 비즈니스, 생활환경 등을 좇아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를 전전하는 방랑자다.평생 직장과 정착 거주 개념의 붕괴는 서구와 미국은 물론이고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현상이다.

과거 중세시대의 유럽 사회가 이와 흡사했다. 그래서 오늘날 지구촌을 ‘신중세 시대’, 사람들을 ‘도시 유목민’으로 규정한 학자도 있다.

■세계화의 또 다른 특징은 얼굴도 국적도 불분명한 ‘초 국적 거대 자본’의 맹위다. 주로 구미의 전통적 재벌 상속인들이 막후의 전주(錢主)로 군림하는 초 국적 자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막강한 군단이다.

여기에 펀드매니저 딜러 애널리스트 등 수많은 금융 엘리트 ‘식솔’들을 거느리고 있다. 초 국적 자본이 현지 시장에 진출할 때 내세우는 첨병 중 하나가 동포 출신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하수인에 불과하지만 배후의 금권과 정보력으로 인해 현지에서 누리는 위세가 대단하다.

■세계화 시대에서는 민족과 국가 개념이 희미해지기 십상이다. 학자들 중에는 민족국가(national state)의 사망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봉건국가를 혁파한 근대유럽의 위대한 발명품인 민족국가가 초 국적 금융집단에 유린당하고 있다.

(영국의 수잔 스트레인지 교수)’ ‘정보통신과 금융이 결합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시장 자체가 세계정부 기능을 맡게 될 것.(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

■최근 ‘서울에서 왕처럼 살고 있다”는 e메일로 파문을 일으킨 미국계 투자회사의 한국계 서울 사무소 직원에 대한 시각이 분분하다.

신문 가십거리도 안 된다는 젊은 층의 냉소적 시각과, 참으로 개탄스럽다는 기성세대의 격정적 비판이 대조적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의 ‘객관적 요소’다. 문제의 주인공은 초 국적 자본의 ‘식솔’이고, 직장을 찾아 태평양을 건넌 ‘유목민’이며, 핏줄과 국적의 ‘혼혈아’다. 그는 바로 미국적(美國的) 세계화의 ‘상륙군’인 것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