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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꾸로 가는 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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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꾸로 가는 포철

입력
2001.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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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된 포철이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던 과거로 돌아가기를 자청하는 셈입니다.”박태준(朴泰俊ㆍTJ) 전 총리의 포철 명예회장 추대 논란을 지켜보며 한 포철 간부가 내뱉은 자조 섞인 말이다.

포철 유상부(劉常夫) 회장 등 현 경영진들은 포철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과 당사자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명예회장 추대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명예회장 영입 취지를 설명한데 이어, 6월 위촉을 앞두고 TJ측을 거듭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포철이 박 전 총리를 명예회장으로 옹립하려는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포철측은 “회사발전에 미친 지대한 공로에 보답하고 그 분의 높은 경륜과 철강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하려는 것일 뿐 특별한 뜻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명예회장 영입은 어떤 식으로든 경영참여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포철의 현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는 이른바 ‘TJ사단’의 핵심인 유 회장은 지금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TJ와 상의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유 회장이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명예회장 추대를 강행하려는 것은 부패경영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쫓겨난 상사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려는 개인적 충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현대차 그룹과의 철강 분쟁과 철강업계 구조조정 등 정부와 조율이 필요한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는데 ‘정치적 힘’을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아무리 그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포철을 떠나 정계에 입문했던 TJ를 명예회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포철에 다시 정치색을 칠하는 ‘과거로의 회귀’다.

민영화 이후 유 회장이 강조해온 주주중시ㆍ투명경영 과도 맞지 않는다. 옛 인물들이 다시 모여 경영체제를 10년 전으로 되돌리고 또다시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적 바람이 불면 포철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환영할 주주는 아무도 없다.

김호섭 경제부 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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