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순위다툼 만큼이나 재미있는 요소가 홈런왕경쟁이다. 토종대포 이승엽(삼성)과 용병대포 펠릭스 호세(롯데)는 정규시즌의 4분의 1이상을 소화한 28일 현재 가장 유력한 홈런왕으로 떠오르고 있다.호세가 14개로 1위, 이승엽이 1개 뒤진채 2위를 달리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올 홈런왕은 나다”라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레이스가 전개되고 있다. 두 슬러거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본다.
■이승엽
집중력이 뛰어나다. 3구이내에 승부를 걸어 때려낸 홈런이 5개일 정도로 초반승부를 좋아한다. 하지만 투스트라이크로 몰린 가운데 쳐낸 홈런도 7개나 된다. 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이승엽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자기스윙을 하는 집중력있는 타자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직구를 좋아한다’는 것도 특징중 하나이다. 13개의 홈런중 직구를 노려친 게 10개이다. 반면 변화구를 받아쳐 홈런으로 만든 경우는 3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배트스피드가 빠르다는 얘기이다. ‘편식이 심하다’는 게 단점이다.
13개의 홈런중 9개를 대구구장에서 쏘아올렸다. 홈구장의 이점도 있지만 대구를 떠나면 방망이가 숨을 죽이곤 한다. 또 몸쪽 공에 너무 약하다. 몸쪽 낮은볼에 대한 약점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올해도 여전히 몸쪽 볼에 대한 공략이 수월치 않다. 몸쪽 볼을 홈런으로 만든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호세
전형적인 파워히터이다. 올 홈런 평균비거리는 124.2㎙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승엽의 118.8㎙보다 8㎙가량 길다.
그만큼 파워가 뛰어나다. 홈런을 때린 구질중 8개가 직구였고 6개가 변화구였다. 변화구를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손목힘이 좋다는 얘기다. ‘구질이나 구장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타자’라는 점도 장점중 하나이다.
올해 사직, 대구구장에서 4개씩의 홈런을 때려낸 것을 비롯, 7개구장에서 1개 이상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또 투수들이 어떤 코스에 볼을 던져도 때려낼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99시즌 맹위를 떨칠 때 국내투수들은 바깥쪽 낮은 볼에 약점을 보인다는 점을 간파, 승부구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올해는 다르다. 몸쪽(5개)은 물론 바깥쪽(6개) 볼도 공략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홈런코스도 우월, 중월, 좌월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스위치타자인 호세는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올해 좌투수에게 뺏은 홈런은 단 1개의 불과하다. 좌타석을 선호하는 탓이기는 하지만 승부처에서 다른 팀들이 좌투수를 집중투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김용철 MBC해설위원이 본 호세: 배트스피드는 99시즌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선구안이 크게 좋아졌다. 투수들의 견제가 갈 수록 심해질 것이 뻔한데 이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홈런왕경쟁의 큰 변수이다.
▦박노준 SBS해설위원이 본 이승엽: 몸쪽 볼에 대한 약점이 많이 개선됐다. 타격의 정확성도 향상됐다. 팀성적이 큰 변수이다. 막판까지 팀이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경우 홈런보다 팀성적이 우선될 수 밖에 없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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