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협상이 원칙보다는 세부적인 사안과 신뢰문제로 생긴 틈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곧 재개될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도 이런 위험을 안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에 부시 정권이 출범한 후 이런 우려는 미국정부의 입을 통해 간단없이 흘러나오고 있다.하와이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소위 3자 대북정책 조정 그룹회의에서 전달되었다는 미국의 대북협상 자세를 보면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한 인상을 준다.
미국은 공식발표문을 통해 남북문제에서의 김대중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과 제네바 합의이행 등 원칙적인 문제에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책조율의 행간(行間)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정부의 불신은 3월 한미정상회담 때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미사일 방어체제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했을 때 풍겼던 유연한 분위기도 찾아 볼 수 없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 차관보는 오히려 기자회견을 통해 클린턴 정부의 미사일 협상의 결과를 가리켜 “불완전하고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종전 클린턴 협상팀과는 달리 포괄적인 협상보다는 단계별 협상 입장을 밝혔다. 과거 북한을 될 수 있으면 끌어안으려 했던 자세를 탈피, 검증을 통한 북한의 신뢰성을 단계별로 확인하겠다는 협상전략이다.
또한 북한의 과거 핵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문제, 북한의 재래식 살상무기 문제 등을 협상이슈로 지적했다.
과거 북한이 걸어온 길로 추정해 볼 때 미국과 북한간 협상은 결코 쉽지 않을 듯 싶다. 미국이 북한정권에 대한 불신이 풀리지 않았듯이 북한정권 또한 부시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남북문제 또한 순탄치 않을 것은 자명하다. 물론 미국이나 북한도 비슷한 방향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는 한 한국의 입지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면키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미 협상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양측은 얻을 것과 줄 것을 계량하다 보면 합의점이 찾아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미국측에 상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대북 강경책이 오히려 한반도 안정화를 해치지 않을 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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