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 폐기에 대한 러시아측의 협조를 얻기 위해 러시아제 무기를 구입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미국측의 제안에는 공동 군사훈련 등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미국 정부의 무기 구입 제안에는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을 구입, 유럽과 러시아의 미사일 방어망에 통합시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외에도 러시아의 낙후한 레이더 시스템 개선과 조기 경보 체제 마련을 위한 자금과 경제적 지원도 함께 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 같은 제안은 이 달 초 폴 월포비츠 미 국방부 차관이 미사일 방어(MD) 체제 설명차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측에 전달됐고, 전체 안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내달 16일 슬로베니아의 미ㆍ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A-10으로도 불리는 S-300 미사일은 폭격기나 크루즈 미사일, 중ㆍ단거리 미사일을 요격ㆍ파괴하는 러시아의 최첨단 무기로 군사전문가들은 MD 체제를 구성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대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S-300은 패트리어트와 마찬가지로 정확도에 부족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무기를 MD체제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비판가들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이처럼 파격적인 협상안을 내놓은 것은 MD의 실행을 위해 ABM의 폐기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동의는 MD체제에 부정적인 유럽 국가들과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미국 상원의 설득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지난 주 “ABM을 넘어서는 것이 미ㆍ러 양국의 새로운 관계와 상호 이익을 위해 최선이라는 것을 러시아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선 미국의 제안이 무기 구입 외엔 새로운 것이 없어 군부와 관료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 제안들을 받아들여 ABM을 폐기할 경우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 정부 관리들은 8월 제노바 선진 8개국 정상회담(G8) 때까지는 미러간에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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