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시체 유기로 충격을 준 김윤지(4)양 살해사건 수사가 발생 18일이 지나도록 확실한 몽타주 하나 만들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경찰서는 28일 “사건현장 주변 탐문조사를 2차례 실시했지만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장기화를 내비쳤다.수사초기 경찰은 실종 장소와 시체 발견장소가 가깝고 시체에서 특정회사 냉장고 선반 자국이 발견돼 범인이 쉽게 검거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탐문 조사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다 지문 채증에 실패, 경찰 수사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주민 제보에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
사건 초기 경찰은 목격자 16명이 초등생이거나 노인이라는 이유로 목격자 진술 대부분을 배척했다. 하지만 이들의 증언은 21일 윤지양의 나머지 사체가 발견된 경기 광주시 모여관 종업원의 진술과 대체로 일치한다. 이 점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는 허점을 드러냈다.
사건 발생 초기 목격자들의 증언을 체계적으로 청취했다면 최소한 몽타주는 만들 수 있었기 때문. 1997년 박 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 사건에서도 결국 사건당일 8세 소녀의 목격 진술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드러난 전례를 경찰은 간과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교육수준이 낮은 30대 후반서 40대 초반 남자의 충동 범죄”라는 당초 경찰의 확신도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시체를 눈에 띄는 장소에 유기하고 지문 등 단서를 치밀하게 없앤 점, 옆 얼굴만 노출시킨 점 등으로 미뤄 오히려 이상 심리를 지닌 지능범의 소행이라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5일 윤지양 집에 걸려온 괴전화의 발신자 추적 결과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재로선 용의자를 찾아 목격자에게 확인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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