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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회관은 결혼회관?

입력
2001.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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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회관은 결혼회관?’주말 어린이로 붐벼야 할 서울 성동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어린이 회관이 온종일 이어지는 결혼식으로 어른들 차지가 되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휴일인 27일 어린이회관은 어린이대공원으로 통하는 입구마다 꼬마 손님을 태운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었으나 어린이회관 입구엔 정장 차림의 어른들만 북적이고 정작 어린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차장은 결혼식 하객들이 타고온 차량들로 가득찼고 회관앞 야외 쉼터에도 유행가를 틀어놓고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피로연 손님들만 눈에 띄었다. 이날 하루 회관 3층에서는 결혼식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40분~1시간 간격으로 6건이 진행돼 줄잡아 1,000여명의 하객이 다녀갔다.

반면 이날 어린이 회관 주최로 2층에서 열린 ‘제25회 어린이 공작대회’는 어린이 100여명이 참여했으나 결혼식에 묻혀 대회가 열리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안내판도 초라하기 짝이 없어 큼지막한 결혼식 안내판과 대조를 이뤘다.

1층 ‘과학전시장’도 먼지가 수북이 쌓인 전시품만 방치되다시피 놓여 있어 어린이들의 발길을 돌려 놓았다. 두 아이를 데리고 이 곳을 찾은 김희영(34ㆍ여)씨는 “오전 내내 유행가만 흘러나와 예식장 건물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어린이 회관은 당초 1970년 고(故) 육영수 여사에 의해 서울 남산에 건립됐으나 어린이들에게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75년 이 곳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재정 악화로 관리를 맡은 육영재단(이사장 박서영)이 5년전부터 과학관 3층과 문화관 1층을 예식장으로 임대하면서 사실상 예식장 전용 건물이 되다시피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 회관 행사는 예식장 사정에 맞춰 고무줄처럼 앞당겨지거나 미뤄지는 실정이다.

육영재단 관계자는 “운영난으로 인해 돈줄을 쥐고 있는 예식장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어린이회관이 제 모습을 되찾으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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