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기여입학제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련법 개정을 교육부에 요청하고 대국민홍보전까지 펴기로 결정, 기여입학제가 본격적인 여론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그러나 교육부는 불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상당수 사립대들도 ‘결사 반대’하고 있어 기여입학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세대 민경찬(閔庚燦) 교무처장은 27일 “기여입학제는 사립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타개책으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라며 “기여입학제 도입을 위해 학교 역량을 총동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이를 위해 정원외 특별전형 대상자를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을 교육부와 정치권에 공식 요청키로 했다.
연세대는 또 관련법 개정과 상관없이 2002학년도 9월 수시모집부터 고등교육법 시행령(29조2항)에 규정된 ‘정원외 특별전형대상자’에 ‘국가 및 사회 발전 또는 대학 발전에 현저하게 기여한 자의 직계 자손’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연세대 이영선(李榮善) 기획실장은 “현행법 테두리에서 비물질적 기여자의 직계 자손을 선발한다는 방침아래 교육부에 관련 조항의 확대 해석이 가능한지를 의뢰하겠다”며 “분위기와 여건을 봐 가며 단계적으로 물질적 기여자의 직계자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와 함께 정부와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적극 호소하는 한편,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전 등도 펴나갈 방침이다.
연세대가 기여입학제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교육계 안팎에서는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 배려자에 기여입학자를 삽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교육부로서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기여입학제는 입학증 매매’라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일부 단체들은 사태추이에 따라 반대운동을 펴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정여건 등에서 연세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부 상위권 사립대들은 동조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모대학 관계자는 “기여입학제를 무조건 금기시할 때는 지났다”며 “고사위기에 처한 사립대의 형편을 반대여론 때문에 묵과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KDI "제한적 기여입학제 허용 필요"
연세대가 20억원 이상 기부금 및 사회 기여자 입학을 추진,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건부 기부금입학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KDI는 27일 ‘과거 교육개혁의 문제점과 향후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통해 “수능성적 상위 10% 이내 등의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기부금 입학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기부금 입학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이 전체 교육 예산의 10%에도 못 미쳐 대학재정의 78%가 등록금 등 사적 부담으로 충당되고 있다”며 “대학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기부금 입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KDI 관계자는 “기부금 입학을 허용하면 교육의 형평성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나 대학에 대해 철저한 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하면 제도의 오용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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