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제시한 권력 분점안에 대해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탄핵을 강행할 태세여서 인도네시아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와히드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메가와티 부통령에게 권력 분점을 제의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메가와티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탄핵 절차를 강행할 경우 자신의 고향인 이스트 자바와 아체 등 5개 주가 독립을 선포, 인도네시아가 분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와히드측은 군과 경찰이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부정적인 입장에도 불구, 의회 해산 등 강공책도 검토하고 있다.
메가와티측은 권력분점을 수용할지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와히드가 권력분점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는 경고를 두 차례에 걸쳐 했음에도 메가와티는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그의 대변인은 “대통령이 제의한 일상적인 국정운영권 이양이 갖는 법적 문제점에 대한 검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부통령은 아직 수용여부를 공식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메가와티측이 와히드의 제의와 경고를 무시한 채 오는 30일 의회에서 와히드 탄핵을 위한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소집 결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이 와히드에게 등을 돌리고 군부가 중립을 선언한 상황에서 와히드가 탄핵될 경우 헌법상 대권을 자동적으로 승계하도록 되어 있는 그가 권력 공유보다는 대권 장악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지 언론들은 26일 밤 메가와티 부통령의 민주투쟁당(PDIP)과 골카르당, 이슬람통일개발당(PPP) 등 와히드의 국민각성당(NAP)을 제외한 의회내 6개 정파 지도자들이 비공식 모임을 갖고 와히드 탄핵절차를 강행키로 합의했다고 보도, 이 같은 분석이 타당성을 얻어가고 있다.
악바르 탄중 의회 의장은 이미 국민협의회에 특별총회를 요구하는 서한의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와히드와 메가와티측의 권력 분점 협상이 아직 계속되고 있어 30일 의회가 열리기 전에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와히드측은 부통령에게 각료 및 고위공직자 임명권과 국가정책 결정권 등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 설득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메가와티측은 지난해에도 국정운영권 이양 약속을 믿고 와히드를 지원했다가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어 권력 분점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국이 와히드 탄핵이나 국가비상사태 선포, 아니면 극적인 타협 가운데 어느 방향으로 귀결될지는 앞으로 2, 3일 동안 와히드와 메가와티측의 줄다리기에 달려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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