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황수정(30)과 채림(22)은 시청자가 선호하는 현대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미지 빛깔은 상반된다.황수정이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비해, 채림은 톡톡 튀며 딱 부러지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성격 차가 많은 자매들의 사랑과 삶을 그린 MBC 수목 미니시리즈 ‘네 자매 이야기’ (13일 첫 방송, 오연수 극본, 이진석 연출)에서 이미지와 캐릭터의 대결을 펼친다. 촬영장 근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황수정
소주 병이 놓였다. 황수정의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해 광고를 하고 있는 소주다. 아이보리색의 소매 없는 원피스, 긴 생머리의 그가 소주를 망설임 없이 마신다.
“저는 이번 배역이 좋아요. 혜정 역은 ‘허준’ 의 예진, ‘엄마야 누나야’ 의 여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딸입니다.” 한가지 이미지만을 풍기는 캐릭터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연예인의 실체와 이미지의 간극이 적을수록 훌륭한 연기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황수정은 이 점을 의식했던지 즐겨하던 카 레이싱도 중단한 지 오래됐다.
말투도 차분해졌다. 스튜디오 옆에서 재잘거리며 수다 떨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집에서도 장녀(1남 1녀)여서 혜정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쉬웠어요. 맏이는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극중 직업이 간호사인데 ‘허준’ 에서 의녀 역을 해봤으니 업그레이드 된 거지요.” 평소에 하지 않던 농담을 하며 웃는다.
그의 연기는 이미지 만큼이나 단선적이다. 정교한 대사와 표정 연기보다는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치중한다. 연기자에게 약점일 수 있다.
그의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선호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작품보다 이번 작품에서 좀 더 향상된 연기력으로 시청자와 만날게요.
기대해 주세요” 라고 말한다. ‘네 자매 이야기’ 에서 보다 자연스러워진 연기자 황수정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채림
“여자의 성숙미가 풍기나요?” 앉자마자 대뜸 묻는다. 채림이 달라진 것은 분명했다. 평소와 달리 단발을 한데다 진한 화장을 했고 짧은 치마를 입었다.
채림의 질문은 이번 드라마의 배역과 관련이 있었다. “네 자매 중 둘째 딸인데 독립해서 자아실현을 꿈꾸는 똑똑하면서도 이성적인 외과의사로 나와요. 거기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여성입니다.”
‘사랑해 당신을’ 등 네 작품을 함께 작업한 이진석 PD는 채림에게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여자의 향기’ 를 주문했다. “여자 분위기라는 것이 단순히 야한 옷을 입고 외형적인 섹시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감춰진 여성의 내면을 드러내는 게 정말 섹시한 것 아닌가요”라며 반문한다. 특유의 튀는 말투가 살아난다.
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신세대가 열광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유진 역 역시 채림이 그동안 연기한 ‘카이스트’ 에서의 괄괄한 대학생, ‘사랑해! 당신을’ 의 당찬 여고생, ‘여자 만세’ 의 똑똑한 신세대 직장인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기존의 캐릭터에 좀더 나이 든 여자의 분위기만 가미하면 될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어디 가나요.” 소리 내며 웃는다.
스물두살, 나이 만큼이나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 비치는 채림이 이번에도 시청자를 어떤 모습으로 즐겁게 해줄 지 기대된다.
배국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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