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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인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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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인과 말

입력
2001.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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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말을 잘 한다. 잘 하기도 하고 또 잘 둘러대기도 한다. 이번에 사상 최단명(最短命) 법무장관을 기록한 사람도 실은 정치인 출신. 말이 화근이 되었고, 결국 그 화근을 피하기 위해 말을 둘러대다가 제 발등을 찍고 말았다.■그의 사무실에서 나온 이른바 충성메모는 어찌 보면 장관직 사퇴로 이어질 만한 것은 아니다. 그 메모에는 “태산 같은 성은(聖恩)”등 사극 드라마에 나올 법한 낯간지러운 말과 ‘정권 재창출’등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말들로 가득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메모에 있었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면 되고, 임명권자가 눈 딱 감으면 그만인 것이다. 정작 그를 낙마시킨 것은 충성메모 작성과 관련, 둘러댄 거짓말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이런 낯간지러운 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엊그제 JP가 참석한 자민련 중앙위원 만찬장에서도 그런 말들이 봇물을 이뤘다.

당의 한 간부가 “JP를 대통령으로!”라고 선창을 하자 이구동성으로 충성발언이 이어졌다. “JP가 비를 몰고 오셨다” “JP의 대업(대통령)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등의 말들이 튀어 나왔다. 충성메모에 나온 내용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자민련 간부들이 요즘 부쩍 JP에게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심지어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은 여야에 JP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대안 부재론의 차원이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 JP 대세론이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 JP를 놓고 대안 부재론의 대자도 나온 적이 없는데, 왜 그는 이런 허무맹랑한 말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충성심에 대한 반대급부, 한자리를 노리는 것이다. 그의 경우 한자리는 JP 몫인 총리다. 그러나 압권은 역시 JP다.

일부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데 대해 단 한마디로 되받아 친다. “옛날에는 노목을 건드리면 신의 노여움을 산다고 했다.”정치권의 노목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이 정도는 되니까 그가 정치권에서 40년을 버텨 오는 것일 게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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