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은 있지만 활력이 부족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25일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앞두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카메룬과의 최종평가전서 ‘4백’의 수비불안을 어느 정도 극복했으나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득점없이 0_0으로 비겼다.출범후 4승(승부차기승 포함)2무2패를 기록한 히딩크 사단은 그동안의 ‘모의고사’를 모두 마치고 30일 개막되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실력을 평가받는다.
이번 경기에선 히딩크 사단이 ‘4백’전술에서 보여준 수비불안을 다소 극복했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수비에 의존,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은 전반 9분과 43분께 카메룬에 두 차례 역습을 허용했지만 그 외에는 미드필드부터 두터운 수비벽을 쌓아 과거 칼스버그컵이나 두바이 대회에서 수비진이 맥없이 뚫렸던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았다.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공격력 역시 부족했다.
송종국-이영표-윤정환으로 이어지는 공격라인과 오른쪽 안효연의 센터링을 이용한 측면공격은 마무리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윤정환의 위치선정이 나빴고 설기현이 고군분투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한국은 후반 황선홍을 설기현과 투톱을 이루게 하고 최용수를 오른쪽 미드필더로 투입, 전형적인 4_4_2대형으로 나섰지만 카메룬의 노련하고 두터운 수비벽에 막혀 득점하지 못했다.
유상철 등 수비형 미드필드진이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지 못해 패스가 남발됐고 상대의 맨투맨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카메룬의 스위퍼 송, 중앙수비수 칼라에게 속수무책으로 묶인 꼴이었다.
반면 한국의 수비는 카메룬의 오른쪽 윙백 에팔레의 순간적인 돌파와 스트라이커 추탕, 좁의 개인기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히딩크 감독은 공수의 조율문제를 심각히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카메룬은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에서 스트라이커 음보마 등이 가세, 결승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유승근 이범구 정원수 이준택기자
■김주성 관전평
카메룬전은 히딩크 감독이 제대로 된 강팀을 상대한 첫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히딩크 감독은 강호 카메룬을 상대로 그동안 연마해온 4-4-2 전형을 테스트 했지만 ‘4백’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보완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전후반 90분을 통해 히딩크 감독은 미드필더에 수적 우위를 두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론적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하는데는 실패했다. 선수들이 지나치게 포지션에 얽매여 공격전환시 공의 위치에 따른 유기적인 움직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기진행과 무관하게 수비라인과 미드필드에 너무 많은 인원을 배치하는 결과를 낳았고 전반 내내 공격라인에서도 이렇다 할 득점찬스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수비, 공격 모두 평가전에서 실험할 수 있는 전술적인 변화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카메룬 선수들은 시차적응이 덜된 탓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전체적인 움직임이 둔해졌지만 개 개인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빠른 템포의 공격전환이 돋보였다.
후반 대표팀은 황선홍, 최용수, 박지성을 투입한 뒤 경기가 활기있어 졌지만 이미 검증된 선수들에 의한 플레이였다는 점에서 결과에 그다지 만족할 수는 없다.
왼쪽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고종수의 플레이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히딩크 감독이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어떻게 최대한 끌어올릴 것인지를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눈앞에 다가온 컨페더레이션스컵과 1년 뒤의 월드컵을 위해서는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1대1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승부하는 도전적인 플레이가 절실하다.
그러나 선수들 모두가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축구는 이제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전술적인 외형은 대부분 갖췄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히딩크가 좀더 공격적이고 기동력있는 한국축구의 색깔을 살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김주성 축구협회 기술위원,본지 해설위원
■양감독 말
▦거스 히딩크 한국팀 감독= 강팀을 만나서 좋은 경험을 했다. 미사리에서 훈련한 팀플레이와 팀전술이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험했고 그 결과에 만족한다.
몇 가지 부분을 보완해 프랑스전에 대비하겠다. 이제 친선경기는 끝났고 진짜 경쟁만 남았다.
▦피에르 르상트르 카메룬팀 감독= 친선경기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축구는 개인능력도 좋고 조직력도 짜임새가 있는 등 수준이 높았다.
득점은 없었지만 괜찮은 경기였다. 한국선수들의 약점이라면 카메룬 선수들에 비해 쉽게 지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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