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로 시작해서 검사로 끝내고 싶었던 내 작은 소망이 결실을 봤습니다.”이명재(58·사시 11회) 서울고검장이 25일 오전 11시 퇴임식을 갖고 27년의 검사 생활을 마감했다. 그의 퇴진에 따라 제갈융우 대검 형사부장, 김경한 법무차관, 김영철 대구고검장 등 다른 사시 11회 3명도 곧 거취를 표명할 價능성이 있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경북고ㆍ서울법대를 졸업한 이 고검장은 1975년 서울지검 영등포지청 검사로 시작, 서울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 등 핵심 洙사부서에서 근무했다.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 명성그룹 사건, 영동개발 사건, 5공 비리 사건 등 나라를 뒤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무난하게 처리해 좋은 평을 얻었다.
특히 사시합격 전 은행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경제범죄 수사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그의 경제사범 수사를 계기로 제정됐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부드럽고 겸손한 성품으로 선ㆍ후배들에 신망이 두터우며 강압적 방법이 아닌 합리적 추궁과 설득으로 자백을 잘 받아내 김기춘 전 법무장관으로부터 “당대 최고의 검사”라는 칭찬을 받았다.
형인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과 동생인 이정재 전 재경부 차관 등 형제이야기도 유명하다. 이 고검장이 서울지검 특수1부장직에 있던 92년 당시 각각 은행감독원 부원장보과 재무부 이재국장이던 형ㆍ동생과 공조해 현대그룹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하며 막강한 ‘3형제 파워’를 과시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정재씨가 금감위 부위원장에 임명됨으로써 3형제가 모두 차관급 지위에 올랐다. 4월 퇴임한 정재씨와 지난 12일 물러난 경재씨에 이어 이 고검장이 옷을 벗어 은퇴도 비슷한 시기에 하게 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3형제가 나란히 차관급일 때는 누가 먼저 장관급에 오를 지가 관심사였는데 정권 후반기에 모두 퇴진해 마치 ‘공동운명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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