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고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6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는 ‘괴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 일본의 정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었다.취임 직후 그에 대한 지지율은 사상 최고인 80%대에 달했다. 이를 놓고 고이즈미 총리 스스로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지만 내각 지지율은 도리어 90%대를 넘보고 있다.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팽배했던 집권 자민당의 위기론은 말끔히 사라진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인기의 비결은 대중에게 직접 파고드는 말과 행동이다. 한때 야당은 7일 개회한 국회에서 고이즈미 돌풍을 잠재우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NHK가 생중계한 국회는 시원시원한 말솜씨를 가진 고이즈미총리의 단독 무대가 됐다.
국회 연설과 답변에서 그는 개혁의 청사진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대중연설을 하듯 적당히 농담을 섞어 웃기고, 때로는 분노한 얼굴로 질의에 나선 의원을 거꾸로 몰아 세웠다. 자민당내 내분을 조장하려는 발언에는 “여러분이 도와주면 모두 잘 될 것”이라고 야당에게 손을 내미는 제스처도 내보였다.
그는 또 언제나 선수를 쳐 자신에 대한 공세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센씨병 국가배상 소송에 대한 항소 포기와 도로 특정재원 운영 방식의 개혁이다. 그는 23일 한센씨병 환자들과의 면담한 뒤 항소포기 선언을 TV카메라 앞에서 직접 발표해 공을 독차지했다.
전통적으로 자민당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의 돈줄이었던 도로 특정재원에도 메스를 가할 태세다. 자동차세와 휘발유세 등 도로 사용자의 부담으로 조성되는 5조8,000억엔 규모의 도로 특정재원의 용도를 확대해 정치자금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자민당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 국민은 ‘고이즈미 개혁’이 말로만 끝나지 않는 증거라고 반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약효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여전히 미심쩍어 하고 있다. 자민당 정권이 면서도 파벌 정치와 특정재원, 관료 의존 등 ‘자민당 정치’를 자기 부정하는 모순을 끌고 나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처음 선보인 ‘TV 정치’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모습은 그의 지도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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