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판서를 하면 그대로 베껴쓰거나 교과서에 줄을 긋는 학생들. 인천 안남중에는 이런 도덕교육이 없다.이 학교 2학년 560명 학생들은 도덕 시간이면 멀티미디어실로 간다. 거기서 필기와 암기 대신 조성태(36,인천 안남중 도덕과)교사가 3월에 개설한 인터넷 사이버 도덕교실(annam.njoyschool.net)에 접속한다.
4,5명 모둠별로 '일본 교과서 왜곡','왕따' 등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토론글을 올리거나 '학교생활','효도' 등 교과 주제와 관련한 신문 시사만화를 찾아 게시판에 의견을 띄우기도 한다.
사이트에는 '도덕공부'같은 수업용 게시판 뿐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친구 칭찬@내칭찬' 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원조교제를 일삼는 어른들을 꼬집은 '어른들 정신차려요'같은 40여종의 코너가 있다.
이 사이트는 개설 후 지금까지 3,500건 이상의 글이 올라와 청소년들의 생각을 엿보게 해준다.
조 교사는 충북대를 졸업한 뒤 6년간 인천 산곡남중과 안남중에서 다큐멘터리, 에니메이션, 뮤직 비디오, TV 뉴스 등으로 도덕 수업을 진행해왔다. 인터넷 수업도 그가 줄곧 추구해온 '영상 세대를 위한 눈높이 수업'의 연장선.
그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상 자료 등을 활용하므로 수업 집중도가 높고, 한 학년 학생들이 토론한 의견을 모두 볼 수 있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수업 후 "진짜 수업은 언제 해요?" 라는 질문을 받거나, 글 조회수에 따른 일희일비가 지나쳐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면 당혹스럽다.
"영상 또는 인터넷 수업은 도덕 교육의 목교 달성을 위한 한 방편일 뿐" 이라는 그는 "학생들의 인성 고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업방식을 여러 모로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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