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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억지춘향식 국정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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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억지춘향식 국정홍보

입력
2001.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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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중 3분의1은 언론 접촉에 할애해 주세요”국정홍보처가 정부부처 장ㆍ차관의 대언론 접촉을 늘리라며 최근 각 부처 공보관을 통해 전달한 ‘권장사항’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지지를 구하는데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달라는 주문이다.

국무위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주문이 액면 그대로 ‘권장’에 그치느냐는 것이다.

정부부처 공보관실은 매주 금요일이면 장ㆍ차관의 주간 대언론 접촉실적을 뽑아 국정홍보처에 보고하는 일이 주업무다.

국정홍보처는 이를 월간 실적 자료로 만들어 국무총리실에 보고하고, 총리실은 다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석상에 배포한다. 장ㆍ차관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장ㆍ차관의 중요한 일정이 방송 출연을 위해 늦춰지기 일쑤고, ‘언론 간담회’로 분류되는 언론사와의 식사나 술자리 약속도 줄을 잇는다.

또 방송 출연도 한 두번이지 매번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도 ‘못할 짓’이라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한 케이블방송은 각 부처 장ㆍ차관 출연섭외가 밀려 새벽 4시에 프로를 편성, 관계자들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최근 취임한 한 장관은 사석에서 “장관이 바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바쁜 줄은 몰랐다”고 푸념했다.

국가 백년대계를 세워나가는데 역량을 쏟아야 할 장관이 소모성 행사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는 자책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하루 스케줄만 놓고 보면 ‘공복(公僕)’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혹사당하는 게 고위 공무원이고, 특히 장ㆍ차관이다.

훌륭한 홍보는 훌륭한 정책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좋은 정책이 가장 좋은 국정홍보 수단이다. 그리고 홍보의 최대 미덕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조재우 경제부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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