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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최초의 '국가 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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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최초의 '국가 과오'

입력
200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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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가 아니고는 생길 수 없는 일이었다. 23일 일본 정부가 국가가 1심 패소한 한센씨병 환자 소송에 대한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5,000여명의 피해자에게 구마모토(熊本)지법이 국가배상액으로 명령한 800만~1,400만엔을 일제히 지급하기로 한 조치도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과오를 직접 인정하고 국가 배상을 결정한 것이 처음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도 극적이다.

그동안 ‘약화(藥禍) AIDS 소송’이나 각종 공해소송에서 항소후 화해라는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이번에도 일본 정부는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을 우려, 항소후 화해방식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낙태와 거세 등 충격적 인권 침해 진상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최종 결단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몫이었고 가장 극적인 방법이 동원됐다. 그동안 원고측 대표단의 면담 요청을 거부해 온 그는 비난 여론이 정점에 이른 23일 오후 갑자기 이들을 만났다.

그리고는 “마음으로부터의 반성한다”며 흉터가 가득한 한센씨병 환자들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이들이 흘린 감격의 눈물은 일본열도를 감동으로 적셨다. 비난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이즈미에 대한 칭송만이 남았다.

관료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반면 집권당에선 “7월의 참의원 선거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환호성이 울렸다.

대중의 정서에 곧바로 파고드는 ‘고이즈미식’ 정치의 위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드는 의문이 있다. 국내의 과거청산에 대해서는 극적인 결단을 내려 국민의 인기를 모은 고이즈미-.

하지만 대외적인 과거 청산은 철저하게 외면하는 고이즈미-. 곰곰히 따지다 보니 그가 무섭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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