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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포돌이선생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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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포돌이선생님 "감사해요"

입력
200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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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돌이 과외선생님 감사합니다.”학원도 못가고 학습지도 할만한 여건이 못 되는 시골 아이들을 위해 경찰관들이 ‘과외선생님’으로 나서 동네 학생들의 ‘공부 걱정’과 학부모들의 ‘자식 걱정’을 한시름 덜어 주고 있다.

경북 영주시 단산면 옥대리 단산파출소 배경보(裵瓊普ㆍ31) 순경과 권동국(權東國ㆍ22) 상경은 지난달 2일부터 마을에 ‘포돌이 공부방’을 열고 방과후 중학생 43명의 공부를 돕는다.

배 순경이 이곳에 부임한 것은 지난해 가을. 워낙 소외된 지역이어서 1시간 이내의 거리에는 그 흔한 보습학원도 하나 없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농사일로 바쁜 학부모들이 자녀 공부를 봐 줄 형편도 아니어서 아이들의 실력은 1~2학년은 뒤지는 수준이었다.

교사의 꿈을 갖고 5년간이나 입시학원 수학강사 생활을 했던 배 순경은 공부방을 열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파출소 직원들을 설득, 당직야근이 줄어들면서 빈방으로 남아 있는 숙직실을 공부방으로 활용키로 했다.

소식을 들은 경북도경찰청도 서울대 사범대 지리학과 2학년 재학 중에 입대, 의경으로 복부를 하고 있는 권 상경을 파견해 주었고,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시멘트와 합판을 들고 나와 구슬땀을 흘리며 숙직실을 공부방으로 개조했다.

이들은 우선 중학생들을 모아 학년별로 주2회 학교 진도에 맞춰 예ㆍ복습을 도왔다. 눈에 띄게 실력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몇몇 학생은 공부방에 나온 지 1개월여만에 치른 평가고사에서 반 등위가 3~5계단이나 오르기도 했다.

덕분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학부모들도 요즘엔 자녀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며 이곳에 데려다 놓고 간다. 가끔씩 집에 있는 계란 몇 알을 아이 손에 들려 보내 고마움을 표시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실력도 없는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이토록 고마워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보면 얼굴이 붉어진다”는 두 경찰관은 “여름에도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에어컨을 장만하려고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있지만 경찰관도, 학부모도 워낙 없는 살림이어서 만만치가 않다”며 뜻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청했다.

영주=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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