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가루와 엿기름가루를 섞어 우려낸 엿기름 물을 붓는다. 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을 넣어 반죽한다.반죽을 한두 시간 덮어 두어 삭힌 다음 손바닥만한 크기로 만들어 약한 불에 지져낸다. 식힌 반죽을 꿀에 재어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서 장독대에 내다 놓고 먹었던 ‘노티’.
소설가 황석영(58)씨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몇 번이나 “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라고 말씀하셨다.
몸의 쾌락 중에 혀의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던가. 황석영씨가 그간 경험한 음식 맛과 추억을 되씹었다.
독일 망명생활 중 소시지와 야채를 끼운 브레트헨 빵은 일품이었다. 스페인에서는 새끼돼지 통구이 ‘아사도’의 연하고 정갈한 맛을 즐겼다. 이탈리아의 쌀 수프는 입맛에 잘 맞아서 떠날 무렵 일부러 찾아 먹었다.
황씨는 군대와 감옥에서 먹거리의 맛을 배웠다고 했다. 역설적이다. 군대와 감옥은 선택의 여지없이 음식이 주어지는 곳이 아닌가.
권력과 규율의 지배로 사유가 철저하게 갇히는 곳에서 신체는 극도로 민감해진다. 그때 혀가 경험한 맛은 그만큼 오래 기억된다.
소금이 없어 라면 수프를 찍어 먹는 닭다리 맛이 그만이다. 담요를 둘러쓴 채 아삭아삭하게 구운 건빵을 천천히 씹어먹는 맛도 기가 막힌다. 한 젊은 병사는 물도 안 마시고 건빵 다섯 봉지를 해치운 뒤 식도가 꽉 막혀 행복하게 죽었다.
감옥살이 마지막 해 겨울날에는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김치전을 부쳐 먹었다. 마가린을 프라이팬에 녹여 김치 섞은 밀가루반죽을 부어서 부쳤다.
잘 익은 김치 부침개는 귀퉁이가 고소하고 아삭거린다. 카드할인하다 잡혀 들어온 준식이는 김치전을 먹다가 눈물을 툭 흘렸다. “뜨겁냐?” “아니요” “그럼 왜?” “어머니 생각이 나서요.”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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