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데 뭔가 특별한 재주를 지닌 것 같다.시드니 포이티어를 알린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로 시작해 '죽은 시인의 사회' 그리고 최근 의 '굿 윌 헌팅'에 이르기까지.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ester) 역시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이다. 뉴욕의 대표적인 흑인 거주지 브롱스. 경찰들도 슬슬 피해가는 이 곳에 사는 소년 자말(롭 브라운)은 농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가진 것 없는 흑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농구나 래퍼가 고작이니까. 그는 은둔한 소설가 윌리엄 포레스터(숀 코너리)를 만나면서 숨겨졌던 문학적 재능을 꽃피운다.
흑인 소년과 백인 소설가가 친해지기까지 이들은 흑백의 갈등이나 세대간의 단절을 고루 겪는다.
그러나 농구와 글 쓰는 재주를 가진 이 소년은 자신이 형을 죽게 했다는 자책에 시달리는 소설가의 은둔생활에 파격을 시도케 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내고 세상에 얼굴을 밝히지 않은 윌리엄 포레스터의 사진으로 '007 시리즈'에 나왔던 숀 코너리의 사진이 등장하고, 윌리엄의 변호사로 영화 마지막에 맷 데이먼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멧 데이먼을 다시 쓴 것은 패착인지도 모른다. 맷 데이먼은 감독의 이전 영화 '굿 윌 헌팅'에 천재 수학 소년으로 나왔던 배우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맷 데이먼이 나오는 대목이 되면 이 영화의 구도가 수학천재와 스승(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인 '굿 윌 헌팅'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게 된다.
구스 반 산트 감독도 이제는 타성에 젖은 것일까. '트레인스포팅'의 선배격인 재기발랄한 '약국의 카우보이', 리버 피닉스를 기억하게 만든 '아이다호' 등 인디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90년대 초반을 생각하면 그의 이 영화는 노쇠한 느낌을 던진다.
나이가 멋진 '장식품'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몸으로 실현하는 숀 코너리의 모습이 아무리 멋지다 해도 말이다. 26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