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걸려있는 쿠르베(1819~1877)의 그림을 대면한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잠시 민망해한다.신문지상에 이 그림을 드러내 보이기도 힘들다. 그러나 오르세의 관객들은 ‘세상의 근원’(혹은 기원)이라는 명명과 그것이 미술관에 걸리기까지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 그림과 인간세상, 우주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올해가 탄생 100주년으로 그의 사상이 전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1901~1981)은 1955년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150만 프랑을 주고 이 ‘외설적인’ 그림을 사들였다.
‘세상의 근원’은 이후 40년간 라캉의 서재에 ‘X’라는 이름이 붙여진 채 감춰져 있다가 그의 사후인 1995년에 오르세의 전시실에 걸렸다.
쿠르베가 누구를 모델로, 어떻게 이 그림을 그렸으며 제작 시점으로 추정되는 1866년 이후 누구의 손을 거쳐 소장돼 왔는지도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당시 터키 대사로 엄청난 부호였던 칼릴 베이의 부탁으로 그려진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칼릴 베이는 유명한 앵그르의 그림 ‘터키 탕’을 소장하기도 했던 인물.
프랑스 소설가 크리스틴 오르방의 ‘세상의 근원’은 바로 그 미스터리를 풀어보려 한 작품이다. 소설에는 휘슬러라는 19세기 실재했던 화가가 등장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옹호했던 지도적 이론가이자 화가였다. 조안나는 휘슬러의 연인이자 모델. 쿠르베는 그녀에게 모델을 서 달라고 부탁하고 평소 쿠르베를 믿지 않던 휘슬러는 마지 못해 그녀에게 데생 포즈만 취해주라고 허락한다.
하지만 조안나는 열정적 쿠르베에게 빠져든다. 살갗을 도려내는 듯한 쿠르베의 시선에 조안나는 ‘세상의 근원’을 드러내지만….
여자의 음부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그림을 보고 섹스나 생물학적 의미만을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라캉은 ‘비어 있는 중심’이라 갈파했다. 쿠르베는 “음부는 바로 나다”라고 했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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