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통신 정책이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한국통신 민영화, 동기식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 비대칭 규제 강화 등 주요 현안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양승택(梁承澤) 장관이 잇따라 ‘돌출 발언’을 쏟아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양 장관의 발언이 관련 부처는 물론, 정통부 실무진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진 것이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높다.
■한통 민영화
양 장관은 23일 한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민영화 일정을 무조건 2002년 상반기로 정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황에 따라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통 민영화를 공공부문 개혁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기획예산처 등 관련 부처와 한국통신은 발칵 뒤집혔다. 한 증시 애널리스트는 “양 장관의 발언은 현재 추진중인 해외 사업자와의 제휴 및 해외 DR 발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 장관의 발언이 와전돼 블룸버그 통신은 24일 “한국통신 해외 DR 발행이 연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동기 서비스 시기
석호익(石鎬益) 정보통신지원국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월드컵 때 KTF가 동기식인 cdma2000 1x EV-DO로 서비스할 예정”이라며 “비동기는 규격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양 장관도 23일 “비동기는 외산 장비를 써도 내년 5월 시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동기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고려, 비동기 서비스 연기를 사실상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있다. 이 달 초 장비 공급업체 선정 작업을 시작한 KT아이컴 관계자는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서비스를 연기할 경우 주주들이 입게 될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고 반문했다.
■동기 사업자 선정
동기식 사업자 선정과 통신시장 3강 구도 재편 작업도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 등 관련 업체간 의견이 엇갈려 삐걱대고 있다. 여기에는 양 장관이 ‘LG 역할론’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구조조정에 깊이 개입하는 인상을 준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하나로통신은 LG텔레콤이 별도의 IMT-2000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컨소시엄 구성 업체를 자사 유상증자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LG가 경영권을 독식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비대칭 규제 강화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대한 비대칭 규제 강화 방안 마련 작업도 지지부진해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의 반발도 커 표문수(表文洙)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양 장관을 방문, 과도한 규제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의 한 간부는 “정부의 역할은 공정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인데 사업자의 경영능력 결과인 시장 점유율에 대해 장관이 직접 언급함으로써 해당 업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불필요한 오해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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