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수(安東洙) 전 법무장관의 인사 파문을 놓고 벌어진 민주당의 갈등이 24일 초선의원 6명이 집단행동으로 표출됐다.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 일단락’을 선언한 상황에서 일어난 이들의 집단행동은 사실상의 ‘항명’이자 ‘반란’이다.
■초선의원 6인 집단행동
이들은 이날 오전 7시30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을 함께 하며 ‘집단행동’을 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들의 모임은 곧 여권 핵심부에 알려졌고, 청와대 등에선 김태홍(金泰弘) 의원 등에게 전화해 성명발표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의원과 정범구(鄭範九) 정장선(鄭長善) 의원 등 3명은 오후 2시께 다시 호텔에 모여 성명서 작성에 들어갔다.
박인상(朴仁相) 의원도 참석했다가 동의를 표한 뒤 먼저 자리를 떴고, 불참했던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김 의원 등과의 전화에서 동의했다.
김 의원은 또 “시베리아 횡단 행사에 참석 중인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출국 전 나에게 ‘거사시 동참’의사를 미리 밝혀 서명자 명단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성명서를 작성하는 동안 “우리의 행동은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당직을 사퇴한 만큼 각오를 다지자”는 등의 말들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어 이들은 당사 기자실로 찾아와 성명서를 낭독한 뒤 “4ㆍ26 재보선 패배 이후 위기에 빠진 당과 정부가 구출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거사‘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또 “뜻을 같이 하지만 참여하지 못한 의원들이 여러 명 있다”면서 “사태 추이에 따라 2차, 3차 행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 등은 “안 전 장관 인사에 비공식 라인이 개입됐고 정황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보좌기능에 문제가 있다” “당이 무엇인가. 민주주의와 개혁 정책을 요구했던 당원과 지지자들이 당”이라고 말해, 사실상 동교동 구파를 중심으로 한 여권의 핵심그룹을 겨냥했다.
■당내 반응
초선의원들에 이어 바른정치 모임 소속 재선의원들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이들은 금명간 모임을 갖고 행동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태홍 의원 등은 23일 일부 재선의원들과 만나 사전 조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재선의원은 “이번 사태는 정권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과 지도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당정 전면쇄신론을 제기, 초선의원들에게 힘을 보탤 것임을 시사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긴급회의를 가진 끝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논의한 인사시스템 개선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왜 나와 상의하지 않았느냐”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당에서 소화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는 만큼 지도부에 맡겨달라”고 소장파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초선 의원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행동이 사태해결과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도부의 공식입장을 전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항명'6인 누구
24일 ‘거사’를 감행한 민주당 초선 의원 6명 중 이종걸(李鍾杰)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지난해 9월 전면적 당정쇄신과 지도부 교체를 요구한 ‘13인 반란’의 주역이었다.
이번이 2차 반란인 셈. 이들은 모두 지난해 총선 때 물갈이 차원에서 영입된 인사들이다. 김태홍(金泰弘) 의원은 언론운동에 앞장섰던 해직기자 출신이다.
당 홍보위원장이었던 정범구(鄭範九) 의원은 최근 지도부와 협의 없이 특정 언론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당보를 제작, 주목을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시베리아 철도 횡단 중에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김성호(金成鎬) 의원도 입 바른 소리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박인상(朴仁相) 의원은 꾸준히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고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구 여권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변호사인 이종걸 의원은 이종찬(李鍾贊) 전 국정원장의 조카로 당 인권위원장을 맡아 왔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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