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이혼율이 서구 선진국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혼인ㆍ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000명당 2.5쌍이 이혼했다.연간 결혼건수가 33만4,000건인데 이혼이 12만건을 넘어 아시아 최고가 됐고, 이혼통계가 입수된 세계 25개국 가운데 6위에 올랐다.
과거의 통계와 비교하면 결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식과 행태가 얼마나 급속히 변했는지 알 수 있다.
10년 전 이혼건수가 작년의 3분의 1 정도인 4만5,700여건, 30년 전에는 10분의 1도 안 되는 1만1,600건에 불과했던 데 비추어 보면,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은 붕괴 상태라 할 만하다.
주목할 현상은 이혼사유 가운데 경제적인 문제(10.8%)가 10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부정과 고부간의 갈등 같은 가족의 불화가 주류였다.
경제적인 고통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법정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IMF 구제금융 시대이후 경제적 파탄 가정이 많았던 이유도 있지만, 단기간에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은 결혼의 형이상학이 거부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활에 좀 불편할 뿐인 빈곤이나, 일시적인 빚 문제를 참고 이겨내지 못해 결혼을 깨뜨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는, 가족과 가정에 관한 윤리와 가치관의 부정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혼은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가족과 일가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회적 불행이기도 하다.
자녀의 불행을 아랑곳없이 내 행복만 찾는 서구적 개인주의가 언제 이렇게만연되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혼율 급증 못지않게 걱정스러운 현상은 결혼연령이 자꾸 늦어지고,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남아선호 사상이 초래한 성비(性比)의 왜곡, 출산기피와 한 자녀 갖기 풍조 등이 겹쳐 사회 안전과 인구정책 측면에 문제가 없을지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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