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동'요즘의 모든 기업들이 내세우는 이 감동적(?) 광고 카피에 숨어있는 자본주의의 무한한 욕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자본주의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동까지 팔려고 한다. 세상 만사, 가만히 있으려는 모든 것까지도 자본은 돈으로 환산해 '평생 만족'을 주겠다고 한다. 모든 인간활동이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이다.
제러미 리프킨(56)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소유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고 통찰한다.
그가 보기에 새로운 사회를 '정보화 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산업시대를 '인쇄 사회'라고 부르는 것만큼이나 협소한 개념이다.
대신 미래는 '접속의 시대'라고 분석한다. '노동의 종말'(1995) '바이오테크 혁명'(1998)에 이어 세계경제의 거시적 흐름을 조망한 그의 세번째 저작 '소유의 종말'의 원제목은 바로 '접속의 시대(Age ogf Acsess)'이다.
산업시대는 소유의 시대였다. 기업은 더 많은 상품을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보다 많은 상품을 시장에서 사들여 소유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기업들은 소유를 부추기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고객의 관심, 체험, 감동에 접속해 그들의 시간을 장악하려 한다. '상품 교환'이 아닌 '경험 접속'으로, 자본주의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리프킨은 해석한다.
기업 자체의 변화부터 그는 고찰했다. 모든 기업들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고 브랜드만으로 운영되는 나이키 같은 회사가 되고 싶어 한다.
포드는 굳이 자동차를 팔려고 하지 않고 임대해 고객과 지속적 관계를 맺으려 한다. 맥도날드 체인점 주인은 브랜드에 잠시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뿐이다.
시장 점유율보다는,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 기업들의 전략이다. 타인의 시간, 타인의 배려와 애정, 타인의 관심과 공감을 매매와 직결시키는 이러한 전략은 '휴식'을 패키지로 제공해 성공한 유럽의 여행사 클럽 메드에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특별한 몇 분을 위해서만 준비했습니다"라는 식의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광고에서도 소유보다는 특별함에의 접속 심리를 부추기는 자본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다.
리프킨은 이처럼 인간의 모든 경험을 상품화하는 접속의 자본주의가 사실은 자본주의 자체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감동은 바로 문화적 요소다.
이제 자본주의는 인류가 수천 년간 발전시켜온 오지의 문화적 다양성까지 샅샅이 발굴해 상품화하고 있다. 토착음악과 현대음악을 결합한 이른바 '퓨전 음악'이 그 한 예다.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연대와 자부심을 나타냈던 살사 음악은 제1세계 음악 팬의 입맛에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김빠진 감상적 음악으로 변질됐다.
인간 가치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문화마저 상업화를 위한 재료의 공급원으로 전락했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시민사회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보화사회라고 사람들이 컴맹에서 벗어나고, 사이버스페이스를 누빈다고 해서 접속의 시대가 지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감동까지 포함하는 존재의 모든 측면이 유료활동으로 바뀔 때, 인간 체험의 풍부한 다양성이 상실될 때, 인류는 생물 다양성을 잃는 것보다 더한 위협에 직면하리라는 것이 그의 결론적 경고이다.
리프킨의 조망과 글쓰기는 단연 거시적이다. 같은 시대를 논하더라도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역설할 때, 리프킨은 인문ㆍ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종횡하며 문명의 조류를 짚어내고 비판하며 대안적 전망을 역설한다.
'노동의 종말'로 세계적으로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노동시간 감축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유전자 변형식품 반대운동으로 '식품 테러리스트' '과학계에서 가장 증오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한 그의 실천적 공부가 이번 저서에서도 드러난다.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인간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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