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가 숭숭 썰려 있는 매콤한 육수를 한 수저 뜬다. 혀 끝이 알싸해진다. 몇 수저 뜨다 보니 이내 달콤한 양념의 감칠 맛이 돈다. 토종 닭고기살과 잡채를 집어 든다. 포만감과 함께 담백한 뒷맛이 남는다.서울 강남역 역삼동 방면에 자리한 ‘봉추찜닭’은 안동식 찜닭요리 한 가지로 승부한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벽면에 메뉴판이 없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종업원이 알아서 먹기 좋게 잘린 찜닭을 내 온다. 대추와 밤이 함께 요리된 것을 보면 삼계탕 분위기도 나고, 달콤한 육수를 맛 보면 불고기 먹는 기분도 느낀다.
큼직하게 썬 감자와 쫄깃쫄깃한 당면으로 입맛을 돋운 후 닭다리, 날개, 몸통, 가슴살 등을 차례로 맛본다.
어느 순간 초여름 더위마저 땀과 함께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조금 매울지 모르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성인 남성 세 명이 먹어도 남을 만큼 양이 많지만 가격은 1만 8,000원. 남은 국물과 잡채에 공기밥을 비벼먹는 맛도 일품. 기름을 쓰지 않고 물과 열로 쪄낸 토종닭이라 살로 갈 걱정은 덜어도 될 듯.
예약을 받지 않는다. 한참 바쁜 식사시간에는 30분 이상 기다릴 수도 있다. 휴대폰 번호를 남기고 잠깐 다른 일을 하다 보면 먹을 차례가 됐다고 연락을 해 준다.
약간의 시장기 속에 안동찜닭 요리의 매콤달콤한 육수와 담백한 고기로 배를 채우기 시작한다. 기다린 시간이 그리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성균관대와 홍익대 앞에도 같은 이름의 식당이 있다.
메뉴/ 봉추찜닭 1만 8,000원/ 공기밥 1,000원
전화/(02)3453-6981
맛 ★★★★ 분위기 ★★★★ 서비스★★★/한국일보 생활과학부 평가
정상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