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자리를 더 나은 지위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서는 안된다.”25일 만 2년의 임기를 마치는 제29대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이 최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총장 발판론’이 검찰 안팎에서 화제다.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 퇴임 후 장관 후보로도 꼽혔던 박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사는 전문직업이자 전문가이며 소임을 다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총장이 마지막 자리로 알고 끝내야 한다”고 강조, 총장 퇴임 후 정치에 입문한 일부 선배들에 대해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박 총장은 또 “총장할 때 ‘뭔가를 해 내야지’하며 과욕을 부리고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면서 “좋은 총장은 검사들이 ‘총장이 누구냐’고 할 정도로 소리 안나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총장론도 피력했다.
25일 28년1개월의 검사 생활을 마치는 TK출신 박 총장은 김기춘(金淇春)ㆍ정구영(鄭銶永)ㆍ김도언(金道彦) 전 총장에 이어 총장 임기를 다 채운 네 번째 임기제 총장.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1999년 5월 검찰총수에 오른 그는 취임 첫날부터 김태정(金泰政) 당시 법무장관이 연루된 옷로비 사건, 진형구(秦炯九) 당시 대검 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 심재륜(沈在淪) 당시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 총장 탄핵 파동, 안기부 비자금사건 등 악재와 대형사건으로 매일 살얼음판을 걸었다.
특히 검찰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사건의 여파로 줄줄이 옷을 벗으면서 선후배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박 총장은 “잘잘못을 떠나 식구들이 수모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에게 죄송하고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 같아 참기 힘들었다”며 “옷로비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99년 12월30일 청와대에 가 사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다”고 회고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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