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에 대한 여당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부처간 조율이 매듭되어지기도 전에 정책이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효율보다는 인기에 영합하는 대책이 쏟아지면서 당ㆍ정간의 불협화음과 그에 따른 정책 혼선까지 나타나고 있다.
■독주하는 여당
5월 이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대책', '수출활성화 대책' 등 주요 경제대책은 민주당이 언론에 기습적으로 공표하면, 정부가 부랴부랴 내용을 시인하는 방식으로 발표되고 있다.
양도세와 취득ㆍ등록세 인하가 골자인 '부동산 경기 활성화대책'은 당ㆍ정간에 당초 5월말께 발표키로 합의됐지만 지난 22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발표, 뒤늦게 이를 안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는 갑자기 자료를 내느라 허둥지둥했다.
수출활성화를 위해 종합상사 등 일부 업종의 부채비율 200% 기준을 탄력 적용한다는 방침도 당ㆍ정협의가 아닌 지난 3일 민주당과 무역업계간 간담회에서 발표됐다.
당시에도 정부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마지못해 인정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민주당측이 정부와 상의 없이 당ㆍ정간 '4대 개혁점검 특별위원회'를 개최했던 것도 관료들의 불쾌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실화하는 부작용
여당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사실로 발표됐던 정책이 며칠도 안돼 취소되거나, 이해관계자들의 예상치 못한 반발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실업대책과 의보재정 복구를 위해 5조원의 추경을 6월 중 편성키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불과 나흘 뒤 진 념(陳 稔) 재경부 장관이 "책임은 재경부가 지며, 6월 추경은 생각도 않고 있다"고 반박, 물거품이 됐다.
또 지난해 말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판교 신도시 개발'도 민주당이 "저밀도 전원형 도시로 개발키로 했다"고 발표하자 건교부가 "검토 방안 중 하나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반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깊어가는 불신
전문가들은 여당 독주가 계속될 경우 당ㆍ정간의 불신이 확대돼 지방선거와 대선을 치러야 할 내년에는 정책조율 실패로 경제전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 파탄 위기 이후 정부 관료에 대한 여권의 불신이 극도에 달해 정부 의견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공무원들 역시 "경제현안 관련 대책본부가 민주당에 차려진 느낌"이라며 못마땅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지자체 선거, 대선, 월드컵 등 굵직한 행사를 앞두고 정치 논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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