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영화 제작이 여의치 않았던 19세기 말, 제작자들은 영화를 일단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후 일일이 프레임에 색칠을 해서 컬러 영화를 만들었다.‘투발루’는 이처럼 100년 전에 쓰였던 컬러 화면 기법으로 만들어 졌다. 20분마다 연료를 갈아주어야 하는 고전적인 조명장치를 이용해 조명을 한 후 흑백필름으로 촬영하고 채색했다.
인공적 장치를 최대한 배제한 영화를 만들자는 ‘도그마 선언’ 보다 옛날로 돌아갔다.’하이 파이’가 아닌 ‘로 파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더 원시적이고, 더 거칠다.
영화는 불가리아에서 촬영했지만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이다. 낯 선 어딘가, 거의 폐허가 된 수영장에는 눈 먼 아버지와 돈 대신 단추를 받는 뚱뚱한 아줌마 관리인이 살고 있다.
성 밖으로 나가는 데 두려움증을 갖고 있는 안톤,그러나 그에게는 꿈이 있다. 성밖으로 나가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수영장을 방문한 에바(슐판 하마토바)와 사랑에 빠진 안톤은 행복하다. 그러나 형의 해코지로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투발루’로 가는 지도를 손에 넣은 에바는 ‘임페리얼’ 이라는 한가지 부품이 모자란 것을 알게 된다. 임페리얼은 수영장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부품.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된다.
대사가 없어진 배우들의 표정과 움직임은 더욱 풍성해졌다. 거의 무성 영화나 마임에 가까운 영화는 대신 사람들의 웃음소리, 증기기관의 박동 소리, 넘어지고 부딪치는 소리 등으로 마치 슬랩 스틱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건물 밖은 푸른 색, 마법의 방은 붉은 색 등 시퀀스에 따라 다른 색의 배경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시선을 이끈다.
코카콜라 CF 감독 출신인 독일 감독 파이트 헬머는 원시적 자연을 예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재료로 동화적 세계를 만들었다.
하이테크가 아닌 ‘로 테크’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첨단 그래픽과 현란한 대사가 잃어버렸던 영화적 ‘시원’에 대해 말한다. 갈등이 있지만 유머를 잃지 않은, 현대에 만들어진 고전 영화이다. 26일 개봉. 코아아트.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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