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이 43시간만에 끝난 것은 결국 거짓말 때문이 아니냐."23일 오전 안동수(安東洙) 법무장관의 경질 소식을 들은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안 장관의 낙마 과정을 살펴보면 그를 걸어 넘어뜨린 덫은 '태산 같은 성은' '정권 재창출' 운운한 인사말 초안이 아니었다.
순간의 위기를 넘기려고, 무심결에 만들어 낸 거짓말이 그를 장관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야당은 인사말 초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즉각 해임공세에 나섰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여권 또한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겼다. 야당에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되받아치기까지 했다. 정황으로 봐서 인사말 파문은 파격인사에 따른 통과 의례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22일 저녁부터 급반전했다. 인사말 초안 작성과 관련한 안 장관의 주장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사실에 기초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늦은 밤에 여권 수뇌부는 정치공세는 버틸 수 있어도 도덕성 논란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은 내렸다.
안 장관의 낙마 과정은 우리 국민들에게 한 가닥 위안거리를 주었다.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의 도덕률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 운영에 참여할 고위공직자의 경우 더욱 그러함이 새삼 확인되었다.
그러나 정직의 도덕률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많아 안타까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이 그러하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최성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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