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출자총액 한도 예외 조항을 탄력 적용하기로 합의한 이후, 출자한도 해소에 고심하고 있는 30대 대기업들이 각종 경영상 출자 사유를 들어 앞다퉈 예외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이 때문에 정부가 기업들이 요구하는 예외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출자총액 한도 제도의 실효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들이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신규 출자와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도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 이를 긍정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분사기업과 재무구조 우량기업에 대한 출자적용 제외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 주지 않고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출자도 기존 게열사 매각을 전제로 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30대그룹에게서 받은 자료를 종합한 결과 출자총액 한도 초과규모는 23조원으로 이 가운데 예외 항목에 해당되는 출자는 13조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30대 그룹으로 지정돼 출자총액한도 적용을 받게 된 포항제철은 민영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득한 주식을 출자총액한도 초과분 산정에서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 요청하고 있다.
포철 관계자는 "출자총액한도 초과분 해소를 위해 자회사 지분 축소, 자사주 매각 등 4~5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모두 상당한 부작용이 있어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ㆍ재계 간담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예외인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철의 출자총액한도 초과분은 8,000억원 수준. 포철은 민영화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1999년과 2000년 3차례에 걸쳐 8.24%의 자사주를 취득했고 이통통신 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해 SK텔레콤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인수도 출자총액 한도 적용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두산은 지난 해 12월 한중 지분 36%를 인수하면서 새 주인이 됐지만 이 과정에서 3,057억원을 출자, 출자총액 한도(순자산의 25%)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그룹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핵심사업 진출을 위한 출자인데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화답한 것이어서 예외 인정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 구조조정은 5년 동안 예외로 인정한다"면서도 "두산의 예외요구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한중 인수가 예외가 되는 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법률 검토 중"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동부그룹도 동부전자 반도체부분 출자에 대해 예외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철강과 건설을 제외하고 반도체부문이 그룹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신규출자라는 주장이다.
현대에서 분리된 현대차그룹도 16개 계열사에 대한 신규출자에 대해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신규 투자라는 이유로 예외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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