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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 "오늘도 즐거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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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 "오늘도 즐거웠니?"

입력
200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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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친구들과 어떻게 지냈니?”밤 늦은 귀가시간이지만 나는 너희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말을 꼭 묻고 싶단다. 그러면 너희들은 꿈 속에서라도 나에게 이런 말을 하겠지? “아빠! 빨리 좀 들어오세요”라고.

밤늦은 시간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길에 손에 들려져 있는 아이스크림은, 일을 핑계로 너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다소나마 위안받으려는 하나의 수단인지도 모르겠구나.

집에 들어와 잠들어 있는 너희들에게 한 번씩 입맞춤하며 어느새 훌쩍 커버린 듯한 너희들을 보며 느끼는 뿌듯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은 이 아버지의 참마음이란다.

지난 여름방학, 엄마와 함께 너희들이 해외나들이를 했을 때 아버지는 저녁 늦게 텅 빈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가족 모두가 내 곁에 잠시 떨어져 있다는 쓸쓸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때, 너희들의 사진을 뒤적거리면서 순간 생각나는 것이 이 아버지도 종교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동생은 엄마와 같이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있는데 이 아버지와 너는 예외였었다는 생각이 들길래 이번 기회에 우리 가족이 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아버지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너에게 같이 가자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이 아버지 먼저 관심을 갖고 열심히 다니면 너도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가족은 손을 잡고 일요일마다 성당을 찾게 되었고 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갖게 되었지.

장군아!

이 아버지가 너에게 사과하고 싶은 것이 있단다. 지난 가을 네가 샤워 물줄기와 수영장 가는 것을 싫어하여 “사내자식이 바보같이”라고 화를 내며 너에게 강요했던 것 말이다.

여름 풀장에서 너에게 그렇게 무서웠던 경험이 있던 것을 모르고 매를 들었던 이 아버지의 잘못은 어린 너의 마음에 많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물론, 아버지도 바로 정신차리고 너와의 대화를 통하여 이 아버지의 무지함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는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너를 이해해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단다.

오늘 아침 스카우트복을 입고 학교에서 선서식을 한다고 거울 앞에 서서 마음껏 폼을 잡는 너를 볼 때 이 아버지는 너의 자란 모습에 다시 한 번 대견함을 느낀단다.

화랑아!

언젠가 너희들에게 용돈을 줄 때 화랑이가 한 말이 기억나는구나. “왜 아빠는 용돈 주실 때 내 용돈을 형에게 줘서 나한테 주라고 그러세요? 아빠가 직접 나한테 주세요”라고. 이 아버지는 그 때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단다.

물론 형을 너보다 편애했던 것은 아니란다. 하지만 이 아버지는 형을 보면 믿음직스럽고 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냥 귀엽기만 한 마음은 지금도 어느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단다. 좀더 노력하여 너희 둘을 똑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언제나 건강하고 밝게 자라나는 너희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이 아버지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저녁 7시에 전화를 하려고 한다. “장군아! 화랑아! 오늘 제일 즐거웠던 일은 뭐야?”라고 물으며 잠시나마 너희와 이야기를 하고 싶단다.

任 永 宰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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